정상급 해커 100여명 '장군 멍군'…기반시설 두고 사이버 전쟁
567명 경쟁 뚫고 124명 본선 참가
공격-방어 나눠 비상 사태 가정
AR · 3D 모형 동원 현장감 높여
남부발전 등 우승…1000만원 상금
567명 경쟁 뚫고 124명 본선 참가
공격-방어 나눠 비상 사태 가정
AR · 3D 모형 동원 현장감 높여
남부발전 등 우승…1000만원 상금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제공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제공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매의 눈'을 한 100여 명의 해커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주시하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쉼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싸우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치열한 수 싸움을 하며 세기의 대결을 장식한 이세돌 9단 같았다.
이들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20일부터 22일까지 개최한 '사이버공격방어대회(CCE)'에 참가, 공격과 방어 능력을 겨뤘다. 국가정보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이버방호센터가 후원한 이 대회는 실제 사이버 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대회는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사이버 공격팀과 방어팀이 실시간 공격·방어를 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증강현실(AR)과 3D프린터를 이용해 개발한 모사시스템을 적용, 해커들이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적이었다.
대회를 위해 국보연은 총 18대 서버에 600여개 가상머신(VM)과 5대의 대용량 스토리지를 설치, DMZ·인터넷·내부망·제어망을 구현하고 실제 사고사례에 기반한 과제를 도출했다.
국보연 관계자는 "에스토니아 국방부, 나토와 협력해 국내 최대 규모의 사이버 훈련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국내외 해킹대회 대부분이 방어 능력을 겨루는데, 공격과 방어를 실시간으로 하며 실전 역량을 높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총 567명(134팀)이 예선전에 참가, 그 중 124명(26팀)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는 참가팀이 공격팀 10곳과 방어팀 16곳으로 나눠졌다. 참가팀에 최대한 자율권을 줘 공격 대상과 방어 대상은 N:N 랜덤으로 이뤄지고 공격·방어 성공 시 주는 포인트를 많이 받은 순으로 등수가 결정됐다.
참가자들은 각 기업과 기관에서 근무하는 화이트해커와 정상급 실력을 보유한 학생 등 다양했다. 특히 대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종 해킹대회를 휩쓸고 있는 'Cykor(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와 에스토니아 국방부 해커요원으로 구성된 'Wolves'가 공격팀으로 초청받아 참가했다.
공격팀 방에서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참가한 국내 정상급 해커들과 함께 금발의 해외 해커들이 함께 공격 실력을 뽐냈다. 특히 나토 소속 해커들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면서도, 과자를 먹거나 수다를 떠는 여유를 보여, 바짝 긴장한 다른 참가자들과 대비됐다.
각 팀은 인기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본떠 만든 실시간 시뮬레이션 관제화면을 통해 실시간 상황을 확인해가며 전략을 짰다.
국내 공격팀의 한 참가자는 "대회에서 공격을 해보는 것은 처음으로, 취약점을 계속 찾아 공격해도 방어팀이 실시간 패치를 하고 있어 포인트 얻기가 쉽지 않다"며 "남은 시간 팀원들과 새로운 전략을 짜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어팀 방에서는 각각 항공·전력·철도·교통·원자력·정수 기반시설을 방어하는 팀들 앞에 3D 프린터 모형과 AR 모니터가 배치돼 있었다. 이 모형과 모니터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당하면 실제 불빛과 음성 효과가 발생해 방어팀 참가자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틀에 걸친 12시간의 대회 진행 속에서 공격팀 1위는 Cykor, 방어팀 일반 1위는 'meu빠른Kuics서비스(고려대·숭실대·서울대, 5명)', 방어팀 기관 1위는 '코스포스키(한국남부발전, 5명)'가 차지했다. 분야별 최종 1위 팀에 1000만원 등 총 6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조현숙 국보연 소장은 "대회를 통해 국내 사이버보안 종사자들의 실질적인 대응능력을 높이고, 국가적 사이버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 국가용 암호장비와 정보보호시스템, 해킹 대응기술, 기반시설 보안기술 연구개발뿐 아니라 사이버안전훈련센터를 통한 정보보호 교육·훈련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