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20만대 초과한 물량 대상
3년에 걸쳐 50%→45%→40%순
월풀과 삼성·LG 요구 절충 분석
120만대까지 20% 관세 부과땐
대미 수출 타격 더 가중될 수도
3년에 걸쳐 50%→45%→40%순
월풀과 삼성·LG 요구 절충 분석
120만대까지 20% 관세 부과땐
대미 수출 타격 더 가중될 수도
미 ITC, 한국세탁기 관세부과 권고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과 관련해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입물량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ITC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미국은 2001년 국산 철강 제품에 8~3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재발동하게 된다.
미 ITC는 21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를 대상으로 연간 120만대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한해 3년에 걸쳐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 50% 관세 대신 TRQ(저율관세할당)를 120만대로 설정하고,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토록 한 것이다. 앞서 삼성과 LG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반대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TRQ를 145만대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관세 50%를 부과해 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이번 권고안은 월풀과 삼성·LG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쿼터로 제시한 120만대 이하의 물량에 대한 관세를 놓고서는 4명의 ITC 위원 가운데 2명이 '부과하지 말자'는 의견을, 2명이 '20%를 부과하자'는 엇갈린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120만대에 대해서도 관세 20%를 물리자는 의견이 최종 채택될 경우 삼성·LG전자의 대미 세탁기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ICT는 또 세탁기 부품의 경우, 쿼터를 5만대에서 시작해 7만대와 9만대로 점차 확대하고, 관세를 3년에 걸쳐 50%, 45%, 40%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쿼터 이내의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연간 230만대 안팎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다. 미국 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이 38%, 삼성전자 16%, LG전자 13% 수준이다. 점유율을 바탕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삼성전자가 연간 120만대, LG전자가 110만대 가량을 수출한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4일 120만대를 쿼터로 정한 ITC 권고안을 제출받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삼성과 LG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 중 연간 90만~100만대가 쿼터 초과분에 해당돼 50%의 관세를 물게 된다.
LG전자는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80여 만대가 TRQ 대상이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LG전자가 국내(창원공장)에서 수출하는 20여 만대는 TRQ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세탁기를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기 때문에 수출 물량 모두가 TRQ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건설 중인 현지 가전 공장을 조기에 가동, 세이프가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되면 현지에서 생산한 세탁기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하고 있는 가전 공장 완공 시기를 내년 초로 앞당겨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당초 오는 2019년 1분기로 예정된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완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6개월 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LG전자는 테네시주 공장의 세탁기 생산능력을 연 100만대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다. 창원공장의 수출물량을 늘리는 방안은 생산능력을 감안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공장 가동을 앞당겨도 당장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ITC 권고안에 담긴 의미는 결국 세탁기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기자 silve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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