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시론] 외환위기 20년, 그리고 남은 과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2202102351607001[1].jpg "[시론] 외환위기 20년, 그리고 남은 과제")
20년 전 외환위기의 본질은 외화부채가 보유부채보다 3배나 많았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제2의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올해 10월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844억6000만 달러에 달하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30.8%(6월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외환보유고 수준이 세계에서 9위라고 하니 설득력 있는 진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요인들이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우선, 외환위기전 6~7%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 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 청년실업률(8.6％)이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동시에 노동생산성은 미국에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노동생산성이 높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더 제공해야 경제성장률이 제고될 수 있다는 가설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이 설득력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첫째는 청년들이 장년층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신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둘째는 이들이 신산업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 5월 빌게이츠가 트위터에 미래의 먹거리는 AI, 에너지, 생명공학에서 나온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말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재의 산업구조가 이러한 분야로 전환하는데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즉, 기업들이 서로 나서서 사업재편을 통한 신산업 투자에 매우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높은 생산성을 보일 수 있는 일자리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인식하에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해 신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커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4차 산업분야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분명하다.
이미 주지된 바와 같이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반도체와 화학분야가 벌어들인 달러로 상당부분 채워지고 있다. 이는 여전히 2차 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4차 산업이 주력산업으로 성장하였고, 그 영역을 글로벌 시장에 활착시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여전히 2차 산업 위주의 노동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 총수들을 혼내주는데 여념이 없는 정부부처들도 많은 듯하다.
문제는 투자다. 신산업에 대규모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투자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구분하지 않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동규제도 전면적으로 개편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등에 대한 교육부의 획일적 규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학들이 창의적인 교과과정 만들기보다는 교육부 평가점수 받기에 너무 바쁜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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