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일관성 있는 산업통상 전략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1602102351607002[1].jpg "[시론] 일관성 있는 산업통상 전략 필요하다")
세기적인 돌발언행의 1인자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지난 방한기간 중 의외로 얌전한 언행으로 한 번 더 언론을 놀라게 했다. 더하기 일본방문에 바로 이어 한국을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덕분에 일본과 한국에서의 일정을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한담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그 한담 중의 하나는 일본수상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뒀으나, 우리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절제된 접근이 훨씬 더 격조 있었다는 등등의 자평이다. 더하기 바로 이어 진행된 APEC정상회담에서 인도네시아 길거리에서 확인된 우리 대통령의 인기와 시진핑 중국주석과의 회담결과는 우리경제의 대외통상여건이 순풍에 돛단 것 같은 상황이라는 느낌을 준다.
오랜 세월, 너무 음울한 소식들만 접하고 살던 우리 국민들에게 뭔가 희망적 메시지인 듯하다. 한편 지난 군사독재시절과 권위주의 시절 동안 너무 오래 조작된 정치적 이미지에 근거해 조작된 정치적 선택을 했었던 지난 트라우마는 지금 정부와 앞으로의 정부에게도 큰 정치적 짐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적 이미지조작 보다는 실질적 성과 극대화를 위한 정책노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대통령이 일본수상에 비해 좀 덜 비굴하게 비쳤던 이미지는 단지 이미지이었을 뿐 결국 백지수표에 가까운 미국산 무기구매합의 등등 격조 있어 보이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무능력이라기보다는, 한국경제의 실력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일본이 비록 군사,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삽살개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미국 우주항공산업과 미국 군수산업에 핵심적인 부품은 모두 일본산이다. 이런 일본에 대해 트럼프대통령은 미국이 마치 일본의 맏형인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려했지만, 일본산업기술이 미국의 군수산업과 우주항공산업의 기술적 맏형역할을 하고 있기에, 일본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요구수준은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반면 촛불혁명의 열매로 출범한 현 정부는 제3세계의 정치민주화의 표본이 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이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력을 가진 분야는 찾기 힘들다. 그 결과는 끝도 없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더해서 묻지마 미국산 무기구매 약속이었다. 촛불혁명의 성과가 실질적인 우리민족의 삶의 질의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앞뒤 없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강제전환 정책뿐만 아니라,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산성 향상 대책과 함께, 우리고유의 산업기술력 향상정책을 통해, 미국의 안보인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술적 협상력 제고정책이 뒷받침돼야한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이 시작부터 불길했던 것은 창조경제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의와 이해는 전혀 없이 단지 주술적 주문처럼 외워졌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유일한 산업정책으로 불을 지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도 주술적 주문으로 전락하지 않을 보완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 정부는 우리경제 부활의 메시아로서 중소기업육성정책을 주문으로 외우고 있다. 매우 강력한 기술적 잠재력을 명확하게 보유한 중소기업의 발굴과 육성은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무조건 묻지만 지원을 했던 중남미식 중소기업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지금 정부의 접근이, 아무도 모르는 창조경제라는 주술적 주문만 외우고 있었던 지난 정부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지 막막하다. 비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전체산업이 기술적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면밀한 산업경쟁력 확보전략의 수립과 일관성 있는 산업경쟁력제고정책 집행이 절실하다. 현재와 향후의 세계 산업구조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이에 근거한 구체적인 산업정책의 액션플랜도 없이, 이름만 바뀐 주술적 주문을 산업정책이라고 들이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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