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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막으려다 수출길 막힌다”

반도체 등 핵심기술 지정 추진
수출시 반드시 정부 승인 필요
산업계 "또 다른 규제로 작용
미래 먹거리산업 발목 잡는것" 

김은 기자 silverkim@dt.co.kr | 입력: 2017-11-14 18:00
[2017년 11월 15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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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막으려다 수출길 막힌다”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정부가 최신 반도체·디스플레이, 배터리 기술 등을 비롯해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국가 핵심기술을 연말까지 새로 지정해 수출 시 반드시 정부의 승인 또는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승인 또는 허가 절차는 급변하는 첨단 기술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제때 수출하는 길을 틀어막는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뿐이며, 앞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2월까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원자층 적층 장비 등 핵심 공정 장비, 디스플레이 증착기 등 핵심 공장 장비, 전기차용 배터리 등 2차전지 등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는 16나노 이하 D램, 11나노 64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8세대(2200×2500㎜) 이상의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설계와 공정·제조기술 등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한데 이어 연말까지 핵심기술을 전기·전자 전 분야로 확대해 기술유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관련 업체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품을 비롯해 장비나 부품소재 수출 때마다 정부 승인이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 앞으로 중국, 인도 등 급부상하는 신흥시장으로 제때 수출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OLED 설비 투자 시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정부 승인 절차를 밟는 데만 4개월여가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승인은 나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의 경우, 투자 시기를 놓치면 무섭게 쫓아오는 경쟁국 기업에 선두자리를 금방 빼앗기기 쉽다. 이 때문에 업계는 기술유출을 잡으려다 핵심 산업의 수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 관계자는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며 "핵심 기술이라는 게 이미 미국 ATMT, 일본 TEL, 네덜란드 ASML 등 해외 공룡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며, 국내 업체들의 수출길을 막으면 시장 경쟁력 하락은 물론 앞으로 5년 후 국내 제조 대기업들이 무조건 해외 장비만 구매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어 세계 장비 업계가 수주에 혈안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내 메모리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대부분의 ICT 하드웨어 제품은 중국 등 신흥국이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신흥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장비, 부품 소재 등을 공급해 이를 미래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해외로 핵심 기술 유출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인정한다"며 "다만 세계 시장에서 업계 장악력을 키우면서도 국내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 미래 수출산업 지원 전략을 마련, 첨단산업 제품을 오히려 더 빠르게 수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기업들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자사 스스로 비밀 보호 서약서 체결, 전직·겸업 금지 등 이중 삼중으로 기술유출 방지책을 동원하고 있다. 정부부처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등이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차단하는 등 예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옥상옥'의 수출 규제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가 핵심기술 목록 재정비는 매년 해오는 관행 중 하나"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관계자들 의견을 들어 기술 유출 방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핵심기술로 지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이는 기술유출을 막자는 것이지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나 수출을 규제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은기자 silve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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