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시론] 개헌, 분권과 협치가 답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1402102351607001[1].jpg "[시론] 개헌, 분권과 협치가 답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다시금 개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의장의 말 중에서 특히 의미심장한 부분은 "권력구조 개편만 담는 개헌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권력구조 문제가 빠진 개헌도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개헌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고, 일부 야당에서는 이를 빌미로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무의미하다며 개헌 반대론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정 의장의 발언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여야 모두에 대한 쓴소리인 셈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주권을 천명하고 있으며, 헌법개정도 국민이 최종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10차 개헌에서는 모두가 국민참여개헌을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치적 이해관계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태도가 여전하다. 이제는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제9차 개헌의 화두가 '대통령 직선'이었던 것은 그것이 민주화를 소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독재의 청산을 향한 시대정신의 반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제10차 개헌의 화두가 '분권과 협치'인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적 안정과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승자독식의 권력집중이 아닌 권력의 분점과 상호 협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현행헌법의 규정들도 이미 선진국 수준이기 때문에 제도의 운영을 개선하면 될 문제를 굳이 개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한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을 보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오히려 타당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굳이 개헌을 해야 한다면 기본권의 강화, 지방분권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는 말도 나온다. 과연 그런가?
현행헌법이 역대 헌법 중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와 내용을 갖고 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예컨대 제29조 제2항처럼 과거 위헌결정이 내려진 법률조항을 유신헌법 당시 헌법에 삽입한 형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독소조항도 있으며, 그밖에도 시대에 맞지 않는 것으로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정치권이 아닌 헌법학계에서 10여년 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1970년대 미국에서 나온 것이며, 당시 미국 대통령의 권한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은 훨씬 막강하다. 단순히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과 제도가 그렇다. 미국과 달리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이 인정되는가 하면,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통제권(특히 인사와 재정에 대한 통제권)은 훨씬 약해서 대통령이 힘이 막강한 것이다.
그 결과를 잘 보여주었던 것이 최순실 사태였다. 다른 점은 접어 두더라도, 당시 최순실과 그 주변 인물들의 국정농단이 그렇게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왜 검찰이나 감사원과 같은 사정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권력이 사정기관들의 정상적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국가권력이 오남용될 경우 그 피해는 곧바로 국민에게 간다는 점이다. 즉,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검찰 개혁과 감사원의 소속변경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도외시한 기본권 강화란 사상누각일 뿐이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솔직해야 한다. 분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을 막아야 하며, 협치를 통해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막아야 한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는 서로를 공격해서 박멸해야 하는 적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균형과 협력으로 국가 전체의 균형, 국민 전체의 협력을 견인해야 하며, 그 전제가 바로 제10차 개헌에서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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