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시론] 미세플라스틱, 안전대책 서둘러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1002102351607002[1].jpg "[시론] 미세플라스틱, 안전대책 서둘러야")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플라스틱은 자동차, 컴퓨터, 의자, 해양 부표, 냉장고, 스타킹, 스마트폰 등 온갖 제품에 포함돼 우리 생활에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생활 전반에 끼어있는 플라스틱이 탄생한 것은 당구공 때문이었다. 1860년 무렵 아프리카 코끼리가 급격하게 감소해 상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당구공을 만들던 상아를 대체할 물질이 필요했다. 이때 우연히 발견된 물질이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였다. 그러나 플라스틱 혹은 합성수지가 폭발적으로 사용되게 된 것은 뒤퐁사가 1938년 나일론을 합성하여 스타킹을 만들면서부터였다. 플라스틱은 저렴하면서도 가공성이 뛰어나고, 구조적 강도도 뛰어난 소재로서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규모는 약 3억 톤에 달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플라스틱 성형제품을 사용하며 편리하게 살고 있지만, 그 대가가 만만하지 않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6년 5월 발간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이크로 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만 최소 480만톤에서 최대 127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1997년 태평양에서 발견된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2009년에는 두 배 가량 증가해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했는데 이 쓰레기 더미의 90%는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해양이 투기된 플라스틱은 햇빛, 바람과 풍랑에 잘게 쪼개져서 물에 섞이게 되고 물고기들이 먹게 되는데, 바다 쓰레기 더미 주변에서 채취된 어류의 35%에는 뱃속에서 작은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한다. 바다 생물에 섭식된 미세플라스틱은 결국은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 들어온다.
최근에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의원 한 분이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해양 미세 플라스틱의 환경위해성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미세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인용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의 양식장과 근해에서 채집한 굴, 담치, 게, 갯지렁이 등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해산물의 97%에 달하는 135개 개체의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많을 경우 한 개체에서 최대 61개의 입자가 검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2012~2014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18개 해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뿐 아니라 천일염에도 포함돼있다. 중국 화둥(華東)사범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2015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15개의 소금 제품의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스페인에서도 21개의 식용소금을 검사한 결과 모든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올해 초에는 프랑스, 영국, 말레이시아에서도 8개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17종류의 소금을 조사한 결과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에서만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치약, 세안제, 각질제거제, 기능성 옷 등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고, 널리 퍼져있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겠다고 해산물을 멀리하고, 천일염을 안 먹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연구팀에서 우리나라 강에 주로 서식하는 '유리 물벼룩'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유리 물벼룩의 치사율은 약 83% 였다고 한다. 연구팀은 "물벼룩의 수가 앞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은 생태계 먹이 사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까지 예상되며, 강이나 호수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걸러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우리 생활 주변에서 플라스틱의 사용을 규제할 제도적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자 하는 시민 환경활동도 점차 힘을 얻어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물 속에, 음식물 속에 어떻게 유입되고, 어떻게 이동하고 축적되는지, 하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제거되고, 얼마나 하천으로 들어가는지 등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 조사 외에도 앞으로 해야 할 조사와 연구가 많다. 알아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생명체보다 지구를 괴롭히는 존재인 것 같다. 아마 인공지능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인류의 멸종을 선택하지 않을까 두렵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면 하다못해 관련 연구라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환경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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