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시론] 디지털방송 콘텐츠 생산능력 키워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902102351607001[1].jpg "[시론] 디지털방송 콘텐츠 생산능력 키워야")
이처럼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종합 축제로 발전했다. 특히 20세기를 지배했던 매스미디어 특히 방송은 올림픽과 함께 발전해왔다. 1932년 LA 올림픽에서는 인쇄전신기 텔레타이프가 설치된 프레스센터가 처음 운영됐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역사상 최초로 텔레비전 중계방송이 이뤄졌다. 이는 1930년대 말 텔레비전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올림픽은 첨단 방송기술의 쇼케이스(Showcase)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위성 중계가 실시됐고,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NHK가 30년 미래를 내다보고 차세대 'HDTV'를 개발하는 시발점이 됐다. 이후 올림픽 같은 스포츠 행사는 차세대 방송기술의 방향을 가늠하는 마일스톤(milestone)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폰이나 스마트TV 같은 ICT 기반의 방송영상 단말기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부각되면서 그런 성향이 더 짙어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전 세계에 HDTV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계기가 됐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은 UHD TV 확산의 신호탄이 됐다. 우리나라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보급률을 지닌 IT강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5G 차세대 네트워크와 UHD TV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고, 이를 계기로 'IT 강국' 정확하게는 'IT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기술 측면으로만 보면 이 두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5G 네트워크는 이미 초기 상용화단계 진입에 성공한 것 같고, UHD TV 보급률 역시 30%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최첨단 네트워크와 단말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평창 올림픽 이후 우리 방송영상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를 달 수 밖에 없다. 통신과 달리 방송은 '단말기'와 '콘텐츠'라는 두 축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야만 존속·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네트워크와 단말기가 있더라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콘텐츠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 방송은 단말기와 네트워크 확산·보급이 주도해 왔다.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단말기가 보급되면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고, 그 결과 콘텐츠를 생산·공급하는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계론적 환원론'이 지배해 온 것이다. 때문에 사업자·국가 누구도 말로만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주장했지 실질적 조치들이 이뤄진 적은 별로 없다. 솔직히 HDTV, UHDTV, 스마트TV 확산의 최대 수혜자인 제조사들의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었고, 고질적인 방송 플랫폼사업자간 저가 경쟁은 개선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방송사들의 UHD 방송 준비도 완료됐고, 특히 오랫동안 정책적 난제였던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완료된다고 한다. 물론 8VSB처럼 양방향성 없는 HD급 방송수신 기술이 진정한 디지털방송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술 보급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공급해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평창 올림픽 이후 상용화된 첨단 방송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적인 방송영상생태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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