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시론] 자동차 산업, 한중일 서로다른 셈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602102351607002[1].jpg "[시론] 자동차 산업, 한중일 서로다른 셈법")
중국의 국제무대에의 등장은 상당히 갑작스러웠다. 1948년에 유럽, 일본, 미국의 협조 하에 시작한 FISITA는 주로 독일과 일본의 주도하에 점점 참여하는 자동차기술인회(한국은 자동차공학회라고 함)도 많아지고 지원하는 업체도 늘면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2010년 전에는 거의 참여가 없었던 중국이 갑자기 2012년 세계 자동차공학 학술대회 및 전시회를 개최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제일기차의 연구소장인 이준박사가 FISITA회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나섰다. 그리고 유럽, 미국, 아시아에서 돌아가면서 하던 회장을 2018년부터 다시 중국 칭화대학의 Frank Zhao박사가 맡으면서 일본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이 이렇게 국제적인 활동을 넓힐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이며 중국 사람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중국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과 생산능력일 것이다. 이미 전 세계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니 전 세계의 자동차관련 업체들이 중국을 밀어주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세계로 넓힘과 동시에 자국에서의 본인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중국자동차산업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세계 자동차공학기술인회의 역할은 자국의 이익추구도 있지만 서로 협력함으로써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선진국은 이런 활동을 통해서 일단은 후진국에 도움을 주는 면이 더 많겠지만 선의를 가지고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다 보면 결국 선진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가장 큰 시장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조를 통한 상생보다는 아직은 자국의 이익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10월 말에 중국 상하이에서 APAC19가 열렸다. 아시아와 환태평양 자동차공학인의 콘퍼런스였는데 중국학회는 자신들의 추계학술대회와 함께 진행했다. 그 진행을 보면서 '아 중국은 오로지 중국밖에는 모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과 발표도 중국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중국 학술대회에 국제학술대회를 끼어 넣은 것 같아서 과거의 중화주의가 아직도 남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번 APAC19에서 필자가 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력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아시아 지역 자동차공학회들의 자체 활동이 저조하고 이번 대회 같은 국제학술대회의 참여가 점점 더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발표하고 개선책에 대해 의논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는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타이는 그나마 활동이 좀 있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활동은 매우 저조하다. 심지어 호주는 완성차업체들이 포드를 필두로 도요타와 최근 GM 홀덴이 공장을 닫고 다 떠나서 자동차공학회의 존속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자동차의 미래는 아시아에서 담당할 확률이 크다. 생산과 소비 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기술개발 면에서도 가능성이 크다.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아시아의 인재를 잘 교육해 실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아시아의 협력관계의 부재는 결국 좋은 인재 양성을 어렵게 할 것이다.
일본 자동차기술회는 이미 2050년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인재의 교육을 위해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아시아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서 아시아의 자동차분야 협조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작년부터 사드배치로 인해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에서 매우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움을 통해서 중국에 대해 더 이해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의견에도 중국이 전 세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아직 이르고 믿고 리더의 역할을 맡기기에는 시기상조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중국이나 일본보다 열려 있고 앞선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기술개발의 방향을 잘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 아시아에서의 미래 자동차분야 교육과 지식전파 면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아시아 리더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미래에 아시아의 자동차분야 발전과 한국자동차의 시장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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