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세계관 탐구
[디지털타임스 진현진 기자]1998년 '말하는 섬'에서 시작하는 혈맹(리니지)들의 대여정. 19년을 이어온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의 세계다. 리니지의 세계는 원작 만화 '리니지'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게이머 스스로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20년 가까이 게임 세상을 지배하는 리니지의 힘이다.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과거 회사 블로그 인터뷰에서 "리니지라는 판에서 많은 이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원하는 이름을 짓고, 취향에 맞는 직업을 택하고, 자유롭게 사냥하고 장사하면서 쌓여가는 경험이 리니지의 즐거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작 만화 '리니지'는 혈족 간 증오와 복수로 전개된다. 영웅 듀크데필은 왕녀 가드리아와 결혼해 아덴의 왕이 된다. 그는 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음을 맞고 가드리아는 왕의 사촌을 칭하는 켄 라우헬과 사랑에 빠진다. 왕국은 라우헬의 손에 넘어가고, 듀크데필의 아들 데포로쥬는 왕국을 떠난다. 데포로쥬는 아버지의 혈맹 5인조의 보호를 받으며 왕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란다. 성인이 된 그는 잃어버린 왕권을 찾기 위해 라우헬과 전쟁을 시작한다. 게임 리니지는 여기서 시작한다. 게이머는 원작 속 데포로쥬로 분해 왕국을 차지하는 다툼을 벌인다. MMORPG를 대표하는 콘텐츠인 '혈맹'도 여기서 탄생했다. 데포로쥬 같은 등장인물은 게임 서버이름으로, 성주와 성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다툼은 리니지의 대표 콘텐츠인 공성전으로 구현했다.
엔씨소프트는 한발 더 나아가 원작에 없는 세계를 창조했다. 리니지의 세계가 배경인 '리니지2'를 탄생시킨 것. 리니지2의 이야기는 창세기부터 시작한다. 태고에 '구'가 존재하고 점차 구 내부에서 여성인 '아인하사드'와 남성인 '그랑카인'이 탄생한다. 아인하사드와 그랑카인은 힘을 합쳐 구를 깨버렸다. 구는 흩어지며 하늘과 땅, 대륙을 이뤘다. 이어 동물과 식물이 생겨나고, 으뜸 생물인 '거인'이 탄생했다. 아인하사드는 물과 불, 땅, 바람의 영혼을 불어넣은 각각 엘프, 오크, 드워프, 아르테이아를 만들었다. 그랑카인은 아인하사드를 흉내 내 새로운 피조물 '인간'을 창조했다. 이 같은 캐릭터들은 게임 내 한 종족으로 구현했다. 주요 등장인물의 탄생 비화를 기초로 게임 내 콘텐츠를 창조했고, 종족 대립과 왕국의 붕괴 등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게이머들이 전투와 규합을 통해 이 순간에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는 매년 신선하고 선도적인 콘텐츠를 선보였다"며 "탄탄한 구성과 높은 몰입감으로 앞으로도 단순 게임을 넘어 이용자들의 여가 문화이자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니지는 원작이 있고,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것만으로 리니지가 20년을 이어온 건 아니다. 게이머가 스스로 혈맹을 맺고 새로운 동맹을 결성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간다. 리니지의 세계에서 끊임 없이 나오는 새로운 세계. 20년간 가까이 한국 게임의 대표 콘텐츠로 사랑받는 이유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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