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규제 없는 `열린` 혁신성장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3002102351607001[1].jpg "[시론] 규제 없는 `열린` 혁신성장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이 최근 우리 경제성장의 또 하나의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혁신성장이 우리에게는 친숙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동안 우리가 계속 추진해온 혁신성장이기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혁신성장의 성과가 쉽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준비를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히 해야 한다.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다 줬고,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의 경제를 침체시켰다. 최근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의 변화로 예측해 볼 때 2019년 또 한번의 위기가 올 것 같다. 이번에 다가올 위기는 글로벌 거대 국가들의 자국 이기주의로부터 일어날 것이며, 이번 위기의 가장 큰 피해는 우리나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최근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고립과 침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2019년 위기는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혁신성장을 통해 과시적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다가오는 위기로부터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 왔던 혁신성장의 연장이라고 본다. 따라서 역대 우리 정권이 추진해 왔던 혁신성장을 정리 분석해 보고 잘된 점과 잘되지 못한 점을 토대로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역대 정권의 혁신성장과 차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까지의 혁신성장을 토대로 한국적 혁신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대기업을 외면한 벤처 및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 나름대로의 혁신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벤처 및 중소기업도 자생적 혁신성장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연계한 협력적 혁신성장도 동시에 고려해 필요가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우리 모두 혁신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성장을 이룩한 국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혁신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조건들이 마련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우리의 혁신성장을 창출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4차산업 혁명의 파도 속에서 출렁거리고 있는데 우리는 지난 산업화 시대의 규제에 갇혀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지 못하다.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혁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주체가 신바람 나게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규제의 장벽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또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정부와 같은 공적 기관은 혁신을 주도할 것이 아니라 혁신이 잘 일어날 수 있는 규제 개혁과 같은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의 혁신성장은 규제 없는 '열린' 혁신성장이 돼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 모두가 혁신을 위한 주도 세력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설명했듯이 혁신은 신기술(new technology)과 신사고(new ways of doing things)로 구성돼 있다. 신기술을 통한 혁신은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지만 신사고를 기반으로 한 혁신은 가성비가 높은 혁신 방안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날마다 자기 자신의 일을 추진할 때 그 일을 새롭게 수행하는 방안을 생각해 낸다면 큰 비용 부담 없이 조금씩 우리 사회를 발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 사회가 신사고를 실행하는 열린 문화를 조성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혁신성장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규제없는 '열린' 혁신성장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물론 우리가 도덕적 해이에 의한 무모한 도전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겠지만 진정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감한 도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과감한 도전, 이와 같은 도전으로부터 비롯되는 계속되는 실패, 그리고 이런 실패로부터 축적되는 지식, 즉 도전, 실패, 지식의 선순환 속에 결국 우리 사회를 바꿀 혁신이 탄생한다. 이런 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책임 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사랑과 격려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규제 없는 '열린' 혁신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책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포용에 방점을 두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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