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결정에 정부입김… '한은 중립성 침해' 우려
경제관료 금통위 발언 한은견제 의도로 마련
정부측 의견 밝힐 수 있지만 의사결정 못해
한은법 시행 후 1998년· 1999년 4차례 행사
심기준 의원 "주요 선진국도 도입 거의 안해
한은 독립성보장위해 폐지돼야" 국감서 주장
경제관료 금통위 발언 한은견제 의도로 마련
정부측 의견 밝힐 수 있지만 의사결정 못해
한은법 시행 후 1998년· 1999년 4차례 행사
심기준 의원 "주요 선진국도 도입 거의 안해
한은 독립성보장위해 폐지돼야" 국감서 주장
![[알아봅시다] 한은 독립권 훼손 열석발언권 논란](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702101858039001[1].jpg "[알아봅시다] 한은 독립권 훼손 열석발언권 논란")
이주열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열석발언권이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쳐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열석발언권은 현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에는 한은과 정부간의 소통의 기회로 활용했지만 현재는 소통 창구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 의원은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서 "201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89개 중앙은행 가운데 한국은행은 독립성 측면에서 65위에 그친다"며 "이는 오만(49위) 잠비아(60위), 모잠비크(63위)보다 낮은 순위"라고 밝혔습니다.
심 의원은 한국은행법에 규정된 열석발언권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해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중 열석발언 제도를 도입한 곳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열석발언권이란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열석발언권은 한국은행의 동의가 없다 해도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한국은행법 제91조에 의하여 보장되어 있습니다. 법 조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준금리 등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통화신용정책 및 내부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한국은행의 합의제 정책결정 기구, 7인으로 구성)에 참석해 정부측 의견을 밝힐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따른 금융개혁으로 한국은행은 시중 은행에 대한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대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받았습니다. 그 결과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금융통화위원회로 복권되고, 재무부장관이 맡던 금융통화위원장을 한국은행 총재가 맡는 것으로 변경되어 자율성이 강화되었습니다.
당시 경제관료들이 한국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면서도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마련한 것이 바로 한국은행법의 열석발언권 조항이라 볼 수 있습니다.
1998년 한국은행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열석발언권의 행사를 자제해왔는데, 법 시행 이후 열석발언권이 행사된 것은 1998년 4월 9일，1999년 1월 7일과 1월 28일，6월 3일 등 단 4차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11년 동안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중단하였던 열석발언권이 2010년 1월부터 다시 행사됨으로써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열석발언권이 끊겼고 박 정부 출범 두달 후인 2013년 4월 정부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바 없습니다.
또 정부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압박해 금리인상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열석발언권을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열석발언권은 정부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중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인 셈입니다.
심 의원은 "한국은행이 규정측면에서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데 가장 큰 것이 열석발언권"이라며 "주요 해외 선진국도 열석발언권을 도입한 곳이 거의 없는 만큼 열석발언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열석발언권 취지는 한국은행과 정부 간 소통이지만, 독립성 보장을 위해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현재 거시경제금융회의, 거시정책협의회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석발언권 제도는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 또는 간섭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주요 선진국의 경우 영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정부 인사의 중앙은행 정책위원회 열석발언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열석발언권 행사를 금통위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설 의원은 "현재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열석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기준금리 결정과 같은 금통위 결정사항에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될 우려가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 의원은 한국은행의 출연과 출자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22조7466억원을 출자했는데 통화정책과 상관없는 정부기관도 있다"며 "독립성 확보를 저해하는 상황으로 출자출연 액수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있는 출자와 재정이 해야 하는 것이 섞여있다"며 "국제기구 출자 출연은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부득이한 경우라 법에 따라 납입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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