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곰탕이 `Bear tang`이라니…](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6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곰탕이 `Bear tang`이라니…")
영어를 제일 잘 하는 나라는 스웨덴이고 이어서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가 뒤를 잇고 있다. 유럽국가들의 언어에는 공통점이 많은데다 역사 문화 배경도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나라의 체계화된 영어 공교육이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1998년 작가 복거일은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라는 책을 통해 한국어 대신 영어를 대한민국의 공용어로 채택할 것을 제창했다. 당연히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종교는 영어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를 공용화한다니 정신 나간 소리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이 목전에 다가온 우리나라의 영어수준은 부끄럽다 못해 창피스럽다. tteokbokki, sundae, gimbap, galbitang….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대관령 주변의 식당 메뉴판을 고발한 신문기사다. 떡볶이, 순대, 김밥, 갈비탕의 영어표기가 이 지경이다(조선, 2017. 4. 19). 외국인이 대관령 횡계리 주변 식당에 와서 주문하려면 무슨 암호를 풀어야 한다. 곰탕을 bear tang으로 표기해 놓은 식당도 있고 곤드레 밥은 rice with thistle(시슬은 스코틀랜드 국화 엉겅퀴다), 산나물은 mountain herb, 우거지는 ugeoji, 삼겹살은 pork belly라고 하니 이건 아예 수수께끼 푸는 것보다 더 어렵다. 앞에 인용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육회는 six times, 생고기는 lifestyle meat, 동태찌개는 dynamic stew다.
음식이름을 우리말 발음대로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밑에 짧은 설명을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비빔밥이나 불고기는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음식이다. 그러므로 비빔밥은 발음나는 대로 bibimbab으로 쓰고, "rice mixed with a variety of vegetables"을 병기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Bibimbab, rice mixed with a variety of vegetables, has an implied meaning of harmony and collaboration(각종 야채와 비벼먹는 밥인 비빔밥은 화합과 협력의 의미가 담겨 있다).
비빔밥은 우리 전통음식이고 그것을 발음 나는대로 적을 수 있지만, 오무라이스와 돈까스는 영어로 쓸때 한국식 짬뽕 영어를 그대로 쓰지 않는 게 좋다. 돈까스(tonkatsu)는 알려진대로 돈(豚, 돼지)과 cutlet를 합해 만든 조어다. Tonkatsu is a panko breaded, deep-fried pork cutlet(돈까스는 빵가루를 묻혀서 튀긴 돼지고기 토막이다) - The Korea Herald(2017. 7. 1/20). 경우에 따라 friedpork loin chops라고 해도 되겠다. 이와 유사한 음식 이름으로 카레라이스와 오무라이스가 있다. 혹자는 주장할지 모른다. 우리의 돈까스, 오무라이스, 카레라이스가 일본이나 미국, 인도의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영어표기 역시 달라야 한다고.
그렇다고 외국인이 알 수도 없게 표기해서야 되겠는가. 오무라이스는 계란 오믈렛에 싼 볶은밥이다(Omurice is fried rice wrapped in egg omelette). - The Korea Herald(2016. 8. 13/15). 콩글리시 오무라이스(omurice)는 omelette과 rice를 합성한 짝퉁이다. fried rice with egg omelette이라고 풀어 쓰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카레라이스 curried rice의 경우도 일본식 발음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유입돼 굳어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채와 쇠고기 등에 커리를 넣어 숲을 만들어 밥에 얹어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도와 동남아 많은 나라에서는 curried chicken, curried beef, curried eggs 등으로 요리해 먹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만든 음식을 curry라고도 하니까 카레라이스를 그냥 curry and rice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유명한 커리전문 식당 무투스(Muthu's Curry)에서는 커다란 생선 머리토막을 넣어 끓인 피시 헤드 커리(fish head curry)가 값도 싸고 맛도 있다. 국민 혈세를 쓰고 있는 국립국어원은 잠자고 있는가. 한식(韓食)의 영어표기에 표준말 하나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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