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
![[디지털산책] 콜럼버스 달걀과 얼굴인식 인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콜럼버스 달걀과 얼굴인식 인프라")
이런 와중에 엊그제 중국정부는 센서와 CCTV를 응용한 얼굴인식 시스템을 국가 차원의 인프라로 구축하고 있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2015년부터 3년간 추진된 본 사업은 현재도 개발 중에 있으며 이 시스템은 중국인의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해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구별, 90% 이상의 정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국민의 신상정보를 DB에 등록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중국 당국은 이 시스템을 중국 전역에 설치된 2천만 대의 CCTV카메라에 적용시켜 범인 검거 등에 사용할 목적이라지만 13억 인구 개인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며 통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반, 우려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중국에는 민관포함 이미 6억 개에 달하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중국정부의 계획대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향후 시민들 개개인의 얼굴을 도시의 곳곳에서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중국 13억 국민의 얼굴 정보 등을 담은 핵심 데이터의 용량은 13TB 밖에 되지 않으며 이들 개인정보까지 포함한 총 용량도 90TB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기술적으로 얼굴인식과 판단에 수십만 포인트 이상을 체크하면서도 한 명당 1MB에 미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도 손가방 하나에 담아서 이동할 수 있다.
얼굴인식 기술은 2015년 하노버 CeBIT에서 '얼굴인식 결제'로부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얼굴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공개돼 산업계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내 얼굴인식의 응용분야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대학, 은행 ATM 단말기, 식당,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에까지 활용되고 있어 어마어마한 시장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생체인식 시장의 주류는 지문인식으로 약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지문채집에 오류가 발생하고 지문이 옅은 사람은 식별이 어렵다는 단점인 반면 얼굴인식은 인식장비와 접촉이 불필요하고 이용자의 거부감은 낮고 편의성은 높아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 전첨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얼굴인식 시장규모는 2021년에 51억36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전자결제, 사물인터넷 보급 등의 영향으로 인증, 결제, 정보보안 등 분야에서 이용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얼굴인식 기술의 정확도가 70%인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 오류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 수십, 수백명의 회사직원도 아니고 10억이 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변별력과 인식률이 낮다. 더욱이 해킹 위험도 있고 정작 얼굴성형 만으로도 변조가 가능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일상적인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체제의 장점도 있지만 어쩌면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콜럼버스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달걀을 세웠다. 막상 세우고 나니 당연하다고들 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 안되는 일이라고 치부할 때 과감히 시도해 보는 중국의 정책 노력이 어쩌면 콜롬부스의 재치가 아닐까.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해집단의 반대와 안될 거라는 소위 전문가들의 논리로 우리는 달걀조차 세워보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불과 며칠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회장이 자진 사퇴를 했다. 급격하게 변하는 IT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서 비상한 각오로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지금 회사가 다행히 최고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고백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한국 산업을 이끌어 온 혜안은 참으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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