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국 인베스트코리아 대표
![[DT광장] 4차 산업혁명, 외국인 투자는 필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002102351781001[1].jpg "[DT광장] 4차 산업혁명, 외국인 투자는 필수다")
과거의 산업 혁명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발명으로,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역사의 변곡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를 들썩이는 '4차 산업혁명'엔 종전과 달리 하나의 파괴적 기술을 꼽을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물리적 세계(Physical Sphere), 디지털 세계(Digital Sphere), 생물학적 세계(Biological Sphere)의 경계가 사라지는 기술적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은 온 세계가 마치 체세포처럼 서로 엉기며 유례없는 속도로 새로운 형태의 발전을 만들어내는 '융합의 혁명'이란 얘기다.
중점 산업을 육성하여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고 무역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과거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여러 국가가 전략적으로 협력해 공통의 산출물을 내고 있다. 유엔무역개별회의(UNCTAD)에 따르면 세계 교역의 80%는 다국적 기업이 구축한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발생한다.
융합의 시대에 외국인투자 유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선진 기술과 고급 인력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을 더 빨리 자국의 산업 생태계에 스며들게 하는 국가가 신산업 성장의 주도권을 쥔다. 아일랜드가 좋은 예다. 제약 산업 기반이 취약했던 아일랜드는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글로벌 제약 회사들 유치했다. 그 결과 제약 산업은 아일랜드 총 수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 됐고(2015년 기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만 2만8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싱가포르 또한 작은 내수 시장, 높은 인건비 등의 악조건 가운데서도 고부가가치 분야 외국인투자유치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 각종 투자 규제를 철폐하고 첨단·주력 산업 투자에 대해서는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노력을 지속한 결과,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선정한 4차 산업혁명 경쟁력 1위 국가로 뽑혔다. 2016년 한 해에 외국인투자를 통해 창출한 일자리도 2만100개에 달한다.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세계 2위다. 또한 한국은 전세계 GDP의 77%에 달하는 시장과 자유무역협정(FTA. 15건, 54개국)으로 연결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초 체력은 탄탄한 셈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올해 초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미래형자동차, 지능정보기술, 바이오·헬스, 차세대 소프트웨어(SW) 및 보안 등 11개 신산업분야의 37개 세부 분야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코트라도 이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 선도 분야의 12개 타깃 산업군을 선정해 맞춤형 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관련 분야 기술들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발 주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쓰나미'처럼 엄청난 속도로 몰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속에서 국내에서만 기술을 개발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첨단 산업 및 서비스업의 투자유치를 통해 신속하게 신기술을 습득하고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코트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오는 11월에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인투자"를 테마로 국가 최대 투자유치 행사인 '외국인투자주간(Invest Korea Week)'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한국투자 유치 포럼, 4차 산업 분야 스타트업 투자유치 상담회, 외국인투자기업 취업 상담회 등이 포함된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이 행사가 '융합의 혁명'을 향한 한국의 활로를 여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지금은 '차풍사선(借風使船)', 즉 바람을 힘을 빌어 배를 빨리 달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로 4차 산업혁명 속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