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고용과 경제적 기회 창출의 함수](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0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고용과 경제적 기회 창출의 함수")
최근 강원랜드와 석탄공사,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유력인이 힘을 써 특채하거나 채용기준을 변경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채용을 무효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실히 근무할 경우 단지 불공정 채용에 연루됐을 가능성만을 이유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공정성 측면에서 이들의 채용을 무효화할 수 없다면, 직무 수행 능력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점수 조작이나 청탁으로 선발됐다는 점에서 당연히 제기해 볼 만한 질문이다. 만일 불법이나 편법으로 채용된 인력의 능력이나 자질이 납세자나 소비자의 기대에 미달한다면, 이들을 계속 그 자리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들에 대한 비용은 납세자와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당연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불공정한 방식으로 채용됐다 하더라도 채용된 인력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우려는 아직 제기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달리 생각해 보면 공공서비스의 직무수행 능력에 대해 보통의 국민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은 시험점수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고용 비리는 어떤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는 낮은 반면, 그 자리를 확보함으로써 얻는 기대 수익은 매우 큰 데 따른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로또와 비슷하다. 로또를 사는 데에는 구입 비용 이외에 특별한 기술은 필요하지 않지만, 일단 로또에 당첨되면 일생의 행운을 획득하는 것이다. 강원랜드의 평균 연봉 6500만원은 1.2%대의 시중 이자율로 환산하면 50억원대의 자산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더욱이 이 자산은 매년 약 4%씩 불어난다. 정년까지 보장된다면 그것도 20년 이상 유지되는 것이다.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낮은 평가", "높은 기대수익", 로또와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로또는 무작위한 확률에 따라 당첨자를 결정하지만, 공공서비스는 시험이라는 형태로 극히 제한된 인원만 채용한다는 것이다. 시험은 일생의 행운을 좌우하는 주사위다. 그러나 시험이 평가하는 자질보다 훨씬 낮은 자질이라도 충분하다.
여기서 로또와 공공 채용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즉, 어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인력을 10명이라고 가정하면, 채용 시험에서는 그 10배수인 100명을 예비 합격시키는 것이다(채용비리에서 10명를 뽑는 시험에 백위권의 후보자를 합격시킨 사례를 생각해 보라). 이는 납세자이며 소비자인 국민들이 생각하는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 즉 그 서비스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에 보다 가깝다. 이후 최종 채용 인력은 주사위를 던지든, 난수표를 뽑든 로또와 같이 무작위한 방식으로 1/10을 선발하는 것이다. 이들이 공직 근무 또는 공공서비스 종사라는 로또를 뽑은 사람들이다. 다만 이들의 행운은 5년으로 제한한다. 즉, 5년 간 한시적으로 유급 봉사직의 형태로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도록 하고 그 경험을 살려 민간 시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채용되지 않은 인력은 물론 다음 해에 다시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고용연한을 5년으로 한정함으로써 공공부문의 총고용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많은 예비 인력에게 공공부문 취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 중 극히 일부만 5년 후 재고용하고, 재고용 기회를 최대 4회 정도로 제한함으로써 정부 및 공공부문의 고위직도 양성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정부가 공공부문을 통해 경제 내의 고용을 보장하면서도 고용에 따른 과실이 소수의 합격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공평성을 실현하는 효과가 있다. 고용 수준 유지와 고용 기회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도 작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단기 근무에 따른 공공서비스의 품질 저하 가능성, 소명의식의 결여 등등이 문제로 지적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대에 더욱 큰 문제는 고용의 기득권 추구 경향, 공공부문의 과도한 선호에 따른 기업가 정신의 상실이라고 생각한다.
공공부문의 고용주는 국민을 대신하는 정부다. 정부의 주요한 목표는 고용창출이며 이는 곧 사회의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의 창출이다. 따라서 정부가 제공하는 기회는 보다 폭넓게 개방될 필요가 있다. 공직 또는 공공기관의 채용이 최종 합격한 소수자를 위한 일생의 로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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