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FPSO 저가입찰 논란
"사업중단 약속 어긴것 모자라
한국업체간 출혈 경쟁 부추겨
무리한 수주잔량 채우기 꼼수"
"사업중단 약속 어긴것 모자라
한국업체간 출혈 경쟁 부추겨
무리한 수주잔량 채우기 꼼수"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무분별한 해양 사업을 자제해 새로 태어나겠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구조조정 관련 발언이 불과 석 달 만에 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로부터 2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자금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부실의 주원인인 해양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대우조선이 또다시 저가수주 방식으로 사업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발 대규모 부실과 수주 절벽에서 겨우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 저가수주 경쟁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의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O) 선체·거주구역 입찰에서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보다 저가로 수주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 프로젝트의 FPSO는 총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입찰은 선체·거주구역과 상부 플랜트로 나눠 진행한다. 선체·거주구역 설비 입찰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는 내달 1일쯤 발표하고 상부 플랜트 입찰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이 중 선체·거주구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이 약 6억 달러(약 6800억원)를 써냈고, 삼성중공업은 5억9500만 달러(670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우조선은 국내 '조선 빅3' 중 가장 낮은 5억7500만 달러(6500억원)를 입찰가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이 수주를 따낼 목적으로 입찰가를 대폭 낮춰 적어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금액에 비해 대우조선 입찰가격이 적어도 200억~300억원 낮게 책정됐다"며 "지금같이 신조선가가 바닥인 상황에서 낮은 입찰가를 제시할수록 유리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애초 알려진 약속과 달리 슬그머니 해양플랜트 입찰에 참여한 것도 모자라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과거 남상태, 고재호 사장 시절부터 저가수주로 무리하게 수주잔량을 채워 수년째 적자에 허덕인 것은 물론 경쟁사들이 수익성을 맞추기 힘든 환경으로 몰아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해양플랜트 사업 가운데 선체·거주구 등 위험부담이 적은 입찰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이다. 스타토일이 FPSO를 투입하는 바렌츠해 프로젝트의 경우, 북해 지역 중에서도 해상환경이 가장 혹독할 뿐만 아니라 이전에 해양플랜트를 설치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노르웨이 해양산업표준(NORSOK)을 적용받는다"며 "바렌츠해 특수성까지 감안하면 결코 리스크가 낮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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