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용산 전자상가 컴퓨터부품 판매매장. 데스크톱PC용 D램을 사겠다고 하자 판매업자가 손사래를 쳤다. 오전, 오후 단위로 가격이 치솟아 마진을 남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D램 취급을 잠정 중단한 매장도 있다. 모 매장 점주는 "지금 D램은 팔지 않는 게 이득"이라며 "올해까지는 개인 구매자에 단품으로 D램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용산 일대 부품 판매 매장 20곳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데스크톱PC용 D램(DDR4 8G PC4-19200)의 평균 가격은 14만원이었다. 오전에 12만5900원이던 가격이 정오를 넘기면서 2만원 가까이 올랐다.
PC용 D램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은 지난달부터다.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가격 동향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9만4000원) 가격에서 이날 D램 가격은 51.3%나 올랐다.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가격 상승률 44.6%를 능가했다. 한 부품 매장 직원은 "추석 지나면 가격이 오를 거란 얘기가 돌아서 이미 9월 중순부터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D램의 꾸준한 가격 상승 배경에는 고질적 공급부족 문제가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모바일D램 생산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PC용 D램 생산량이 정체된 탓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증가율)를 한 자리 수 대로 예측하면서 "PC용 D램 추가증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버용 D램 수요 증가는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과 맞물려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데이터 처리량이 크게 늘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전재욱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버용 D램과 PC용 D램은 별도 제품이 아니라 생산업체에서 어떤 용도로 찍어내느냐 문제"라며 "서버용 D램 생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PC용 생산 물량이 줄어 결과적으로 가격은 함께 오른다"고 말했다.
D램 가격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12일 모바일 D램 가격이 4분기에도 10~15%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교수는 "후발업체가 생산량을 늘려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