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DT광장]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 컨설팅 전문성 높여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1702102351036001[1].jpg "[DT광장]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 컨설팅 전문성 높여야")
고령 운전자의 경우 신체적 기능 감퇴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민첩성 저하와 광범위한 인지 능력 저하(판단력 및 기억력, 주의력 등) 문제가 흔히 일어날 수 있다. 간혹 인지장애 혹은 치매가 발현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대부분 미묘하게 진행되는 이 같은 인지 기능 저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는 주범이다.
최근 몇 년 새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1년 605명에서 2016년 759명으로 25.4% 증가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고령 운전자 수를 생각해 보면 이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그러나 일정 나이 이상의 고령자의 운전권한을 제한하는 방법은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과학적이지도 못하며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오랫동안 안전 운전 습관을 몸에 익히고 심신이 건강한 노인이 젊은이보다 더 사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로교통공단이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 능력 확인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부터 운전면허 신규발급 및 갱신 시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인지능력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운전면허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고령인구의 급증 추세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이러한 사업은 시의적절하고도 바람직한 제도로 더욱 확대 시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각지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행되는 치매·고령자 운전면허 컨설팅은 6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고령자의 신체·인지기능 점검 및 운전과 관계된 기능수준을 확인하고 운전습관 점검 결과에 따라 맞춤형 안전운전 전략을 안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능에 위험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고령자에 대해서는 인근 지역치매센터를 방문해 치매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운전을 중단하도록 컨설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치매·고령자 운전면허 컨설팅 업무담당자의 자격으로 온라인교육 수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민간자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도입된 취지와 달리 안전운전 능력 평가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운전기능은 자신의 환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지각 및 주의 능력과 여러 가지 상황을 동시에 판단하고 또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등 다양한 인지 및 행동 기능들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치매 또는 노화에 따른 인지 기능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능 검사들을 전문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교육과 수련을 받은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고령자의 인지 및 행동 변화에 대한 지식과 이러한 기능들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 지식 및 기술을 습득한 심리전문가들이 운전면허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로교통공단이 고령사회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하는 치매·고령자 운전면허 컨설팅업무를 간단한 온라인 교육수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민간자격자가 담당하는 것보다는 심리 및 행동 기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전문적인 수련과정을 거쳐 양성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담당해야 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운전면허시험장에 치매·고령운전자에 대한 체계적인 운전능력선별과 맞춤형 운전적성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전문지식과 자격을 갖춘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치매나 고령화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기보다는 이처럼 컨설팅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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