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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억하라, 외환위기 20년 교훈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7-10-12 18:00
[2017년 10월 13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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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억하라, 외환위기 20년 교훈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1997년 12월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나라가 흔들리는 위기를 겪은 지 올해로 딱 20년이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가들은 나라 경제를 다시는 그런 위기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당시의 문제점들을 반성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노력해왔는가?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IMF 구제금융 체제하에서 한국은 IMF가 요구하는 대로 기축통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을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한국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증권투자 시가총액 비중은 2000년 1월 기준 28.3%에서 2017년 7월 33.4%로, 금액으로는 81.8조원에서 605.7조원으로 7.4배 급증했다. 또한 국내 상장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은 2000년말 0.2%에서 2017년 7월말 6.43%로, 금액으로는 0.7조에서 106.5조원으로 152배 증가했다. 그로써 한국은 이미 실물부문에서 대외의존비율(수출+수입/GDP)이 2016년 기준 78%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 의존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가 됐다.

이는 금융시장이 개방되어있지 않던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현재의 한국경제가 대외적 경제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국면이 훨씬 더 확대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실물부문에서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감소가 외국인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동시에 발생할 때, 한국경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외환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물론 기축통화의 유동성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기축통화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아오고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도 결코 공짜가 아니다. 외환보유고를 위해 투자되는 자금의 이자는 국민세금 부담이기 때문이다. 2017년 8월말 기준, 외환보유고의 외환 3749억달러는 2017년 한국의 예산 보다 많은 421조원이다. 즉, 그 금액만큼의 채권을 발행한 이자를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환보유고의 일부가 유동성이 높은 미국 재무성 증권에 투자되고, KIC가 국부펀드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그만큼의 이자부담은 경감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외환위험을 관리하고 경쟁력 있는 한국경제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은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투자하게 함으로써 급격한 자본유출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시켜줄 글로벌 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에 기축통화를 공급하고 있는 주체는 바로 반도체, 전자, 자동차, 철강이다. 하지만 2019년 이후의 반도체 전망은 밝지 않고, 전자와 철강은 미국과 FTA 재협상 핵심 쟁점 품목이다. 더구나 사용되는 부품만 2만 2000여개로 어느 산업보다도 매출 및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한 자동차 산업은 강력한 노동조합의 압박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산업들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국가백년대계를 고려한 과감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한 글로벌 기업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한국경제 구조가 건전해지면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고, 정치권도 한미동맹이 한미 통화스왑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미국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 2010년 2월 재갱신에 실패한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다시 회복하면 외환보유고의 금액 및 비용도 줄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과 통화 스왑,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통화스왑도 쉬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미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일본,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은 재약정수준을 넘어 2013년 12월에 미국과 반영구적인 통화스왑을 체결하지 않았던가.

한국경제는 실물 및 금융부문의 높은 개방화로 해외부문에서 발생되는 위험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이미 개방화는 비가역적인 상황이 됐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스위스 및 싱가포르와 같이 개방화가 한국경제 성장에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한국경제는 외환보유고 부담을 줄이고,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충격을 완화하면서 미국과 통화스왑을 유지하는 매력적인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새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경직돼 있는 수출 주도 기업들과 소통하고, 이들이 직면하는 대내외 사업 애로요인을 해소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존의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적인 수출경쟁력을 갖고 발전해가도록 도와야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는 적절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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