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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정체 모를 `I.Seoul.U` 브랜드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10-11 18:00
[2017년 10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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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정체 모를 `I.Seoul.U` 브랜드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세계 어느 나라든 주요 도시에 가면 외국인을 위한 시내관광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시간, 4시간 코스를 정해놓고 운행하는 예도 있고 일정 간격을 두고 버스를 운행해 자유롭게 명소를 둘러 보도록 하고 있다. 손님은 표를 한 번 사면 자기가 가보고 싶은 곳에 내려서 구경하고 그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예도 많다.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탔다가 내려서 구경한 뒤 그다음 버스를 탈 수 있게 운영하는 순환 버스를 hop-on, hop-off bus라고 한다.

서울에도 관광객을 위한 시티 투어 버스(city tour bus)가 있다. 평일에는 30분마다, 그리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25분마다 주요 관광지를 돌고 있다. 도심·고궁을 도는 코스와 야경 투어 등 5가지 코스가 소개된 브로슈어를 보았다. 5코스 중 3코스에는 세빛섬이 포함돼 있는데 그 영어표기가 실로 아리송하다. '어라운드 강남 투어 코스'에는 Sevit Some으로, '야경 2층버스 코스'와 '서울파노라마 코스'에는 Somesevit으로 표기돼 있다. 같은 페이지에 다른 표기,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또 이 안내책자에는 '가로수길 북'은 Garosu-Gil(Noth), '세븐럭카지노'는 Seven Ruck Casino로 나와 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들의 민낯이다(north와 Luck를 잘못 썼다).

수도 서울 곳곳을 다니다 보면 영어 표기에 오역, 오기, 탈자가 적지않게 눈에 띈다. 제일 걸작은 아이서울유(I.Seoul.U)다. 한동안 서울의 도시 브랜드는 하이 서울(Hi, Seoul)이었다. 누가 누구를 부르는지 모르지만 말도 안되는 영어표현이었다. 2015년 10월 서울시민들이 참여해서 선정하고 이듬해 시의회 조례 개정으로 채택된 서울의 새 브랜드가 I.Seoul.U다. 시민이 참여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당국은 자랑하지만,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시 당국은 이 대견한 브랜드가 외국에서 상까지 탔다고 자랑이다. 무슨 상을 어디서 탔는지 알 수 없지만 수상실적이 이런 엉터리 콩글리시 브랜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서울시는 이상한 변종을 양산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아이서울유가 시민들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는 판단 아래 국실 별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마구잡이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음식 관련 부서는 I.Food.U, 청년 정책을 관장하는 부서에서는 I.청년.U 그리고 건설 담당 부서는 I.Build.U, 도시철도공사는 I.Metro.U라는 해괴한 이름을 내세운다. 참 얼빠진 서울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실험"이라고 내세우지만 도시홍보를 실험으로 해도 좋으냐, 언어파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말장난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서울시는 한발짝 더 나아가 I.고마워.U, I.사랑해.U, I.환영.U, I.좋아해.U 등을 쏟아냈다. "나와 너 사이에 서울이 있음을, 서로 공존하는 서울의 의미, 열정과 여유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닷(dot)으로 표현…. 세계적이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임을 상징"한다고 토를 달았지만, 꿈보다 해몽이다.

서울시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허황된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을까? 홍콩의 브랜드는 Hong Kong - Asia's World City다. 쇼핑, 관광, 미식, 전시, 회의 등 홍콩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Incredible India, Amazing Thailand 등과 같은 브랜드에는 놀랍고 신비한 자국의 이미지가 녹아 있다.

미국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Windy City)이고 하와이는 알로하 주(Aloha State), 플로리다는 햇볕 쏟아지는 주(Sunshine State)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로 불리었는데, 조용한 은둔의 나라가 어느날 갑자기 요동치는 나라(Dynamic Korea)로 바뀌더니 지금은 국가 슬로건조차 사라졌다. 한 때는 Korea, Sparkling이라고도 했는데, 온천지대도 아니고 스파클링 생수 공장도 아니고 역대 정부가 국제적인 웃음거리를 자초했다. 어디 서울만의 문제인가. 전국 도시의 슬로건이 대동소이하다. Hot Yeongyang, Aha! 순천, Viva 보령, Wow! 시흥, A+ 안양, Just 상주, It's Daejeon…. 이걸 보고 어떤 도시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관광객이 몰려 오겠는가? 기후 역사 산물 문화 인물 지리 가운데 매력있는 특징이 하나라도 떠오르는 슬로건이 아쉽다. 도시의 슬로건은 축약된 중요정보(情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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