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수준 개선 영향 수요 사라져
검출 토양에 포함된 DDE 양 확인해야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검출 토양에 포함된 DDE 양 확인해야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이덕환의 과학세상] (620) DDT 오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702101476788002[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20) DDT 오염")
동물복지 양계장의 토양에서 DDT가 검출됐다. 다행히 소비자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38년 전에 생산·수입·사용이 전면 금지된 DDT가 검출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 당시의 DDT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동물복지 양계장만 단속할 일이 아니다. 토양에서 DDT가 검출된 이유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DDT가 '맹독성'이라는 언론의 소개는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를 잡기 위해 우리 몸에 직접 DDT를 뿌리고, 헝겊으로 만든 DDT 주머니를 내복 속에 차고 다니던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DDT가 진짜 맹독성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체 발암성도 맹독성과는 거리가 멀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2A군(인체발암가능물질) 수준의 물질을 맹독성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DDT를 포기하게 된 것은 인체 독성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수준이 개선되었기 때문이었다. 일상생활에서 DDT의 수요가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DDT가 인체에 안전한 살충제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만성적으로 내분비 교란이나 생식 독성을 의심하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독성과 유해성이 '보통'으로 분류된 DDT를 맹독성이라고 지나치게 과장할 이유는 없다.
1930년대에 처음 개발된 DDT는 효능이 뛰어난 유기염소계 살충제였다. DDT가 곤충의 신경전달 세포를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스위스의 폴 뮐러였다. 그런 DDT는 제2차 세계대전에 말라리아와 발진열(발진티푸스)을 전파시키는 모기·이·벼룩의 퇴치에 기여해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그 덕분에 뮐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DDT는 1945년부터 농약으로 공급되었고, 1955년부터는 WHO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전 세계에 DDT를 대량 살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보건의료 체계가 정비된 지역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DDT에 내성을 가진 모기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WHO는 1969년에 DDT 살포 사업을 종료시켰다. DDT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DDT에 대한 거부감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환경 독성 때문이었다. 특히 독수리와 같은 대형 맹금류가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DDT의 환경 독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레이첼 카슨의 1962년 '침묵의 봄'이 환경·안전 문제에 사전예방 원칙을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1972년 스톡홀름 회의에서 DDT처럼 환경 잔류 가능성이 큰 유기농약(POP)의 규제를 결정했다. 우리도 1971년부터 DDT를 농약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했고, 1979년부터는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DDT는 토양에 상당한 기간 동안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양에서의 반감기가 20년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DDT를 40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면 토양에 잔류하는 양은 충분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양계장의 닭들이 활동하는 표토층에 DDT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아있던 DDT는 빗물에 의해 지하로 스며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DDT의 표토층 잔류가 사실이라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모든 농지의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을 걱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토양의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DDT가 완전히 사라졌는지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가 DDT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나라의 DDT가 은밀하게 반입될 수도 있다.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드러난 농약 관리 실태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양계장의 토양에서 검출된 DDT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연 환경에서 DDT는 느린 속도로 분해되면서 DDE라는 물질로 변환된다. 그래서 토양에서 장기간 잔류하는 경우에는 분해산물인 DDE가 DDT보다 더 많이 검출된다. DDT가 검출된 토양에 포함된 DDE의 양을 확인해봐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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