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사이버안보기구' 확대 개편
미국은 DJI 드론 등 중국산 규제
한국은 중국산 IP카메라 해킹 ↑
평창올림픽에 화웨이 장비 적용
"국산화도 규제도 힘든 보안제품
원격조정 등 악용할 여지 충분
점검가능한 최소한 역량 갖춰야"
미국은 DJI 드론 등 중국산 규제
한국은 중국산 IP카메라 해킹 ↑
평창올림픽에 화웨이 장비 적용
"국산화도 규제도 힘든 보안제품
원격조정 등 악용할 여지 충분
점검가능한 최소한 역량 갖춰야"
미국·EU·중국·러시아·인도 등 세계 주요 강대국들이 사이버전쟁에 대비해 경쟁국의 IT·보안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해 앞으로 벌어질 사이버전에서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지난 19일 유럽의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EU 정보보안기구(ENISA)를 EU 사이버 안보기구로 확대 개편하고, 사이버 안보인증 기본 틀을 설정해 EU 회원국의 기업 및 공공 기관에서 사용되는 IT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통일된 인증체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청사진을 통해 EU는 제품공급에 대한 억제력을 높여 최근 유럽을 상대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 사이버 공격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최근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서 러시아 정부·정보기관과의 연루 의혹을 받는 러시아 백신업체 '카스퍼스키랩' 제품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이창훈 카스퍼스키랩코리아 대표는 "회사는 어떤 정부와도 유착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서 "미 국토안보부의 조치에 유감으로 미국 의회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지기 전 본사에서 사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진 카스퍼스키랩 회장은 오는 27일 미 의회 출석 요청을 받은 상태다.
특히 미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백도어(시스템 보안 구멍) 문제로 중국 화웨이 네트워크장비를 안보 위협 주범으로 지목하고, 국가기간망은 물론 민간 시장에서도 사실상 퇴출한 바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난달 미국 육군은 보안상 취약점을 이유로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중국 DJI의 드론 사용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악성코드 프로그램에 가까운 '비주얼디스커버리'를 75만대 노트북에 탑재해 시장에 판매한 레노버에 350만달러(40억원)의 벌금을 책정했다. 해커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민감한 개인정보에 접근해 외부로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분쟁 중인 인도 정부 또한 알리바바 계열사 서비스와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산 IT 제품의 정보보안 위험 및 데이터 유출 조사에 착수하며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인도 연방정부 당국은 전국 19개 은행이 발행한 약 32만개의 신용카드 정보가 중국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정치권 및 보안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사실상 국영기업이면서 겉모습만 민영기업인 곳들을 활용해 '빅브라더' 체제 구축을 꿈꾼다는 음모론까지 내놓는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해외 IT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했다. 법 시행 직전 기업들이 사업상 기밀에 해당하는 데이터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은 삭제됐으나,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언제든 소스코드 공개와 백도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안랩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이희조 고려대 교수(컴퓨터공학과·IoT소프트웨어보안국제공동연구센터장)는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보안을 위해 IT 제품을 활용하는 것은 미국의 스노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특히 중국에서 보안 취약점이 높은 IoT 제품들이 생산되며 이런 현상이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산 IP 카메라 해킹사례가 급증하고 평창올림픽 시스템 구축에도 백도어 논란이 있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가 적용됐지만 국내 CC(공통평가기준)인증 외에 이렇다 할 모니터링 체계와 정책적 관심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관계자는 "중국이 제품에 일부러 백도어를 심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는 없지만, 심증만 가지고 정책적으로 특수한 조치와 규제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안보특보 출신인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보안정책센터장(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IT 제품 자체에 원격조정 등 통제기능이 있다 보니 충분히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악성코드 등 이러한 요소가 많이 발견되고 각 정부가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약소국으로 역풍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현실적으로 국가 기간시설에 들어가는 모든 IT·보안 제품을 국산화할 수는 없지만 분명 보안상 불안요구가 있는 만큼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은 갖춰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값을 주고 공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지난 19일 유럽의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EU 정보보안기구(ENISA)를 EU 사이버 안보기구로 확대 개편하고, 사이버 안보인증 기본 틀을 설정해 EU 회원국의 기업 및 공공 기관에서 사용되는 IT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통일된 인증체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청사진을 통해 EU는 제품공급에 대한 억제력을 높여 최근 유럽을 상대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 사이버 공격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최근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서 러시아 정부·정보기관과의 연루 의혹을 받는 러시아 백신업체 '카스퍼스키랩' 제품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이창훈 카스퍼스키랩코리아 대표는 "회사는 어떤 정부와도 유착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서 "미 국토안보부의 조치에 유감으로 미국 의회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지기 전 본사에서 사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진 카스퍼스키랩 회장은 오는 27일 미 의회 출석 요청을 받은 상태다.
특히 미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백도어(시스템 보안 구멍) 문제로 중국 화웨이 네트워크장비를 안보 위협 주범으로 지목하고, 국가기간망은 물론 민간 시장에서도 사실상 퇴출한 바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난달 미국 육군은 보안상 취약점을 이유로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중국 DJI의 드론 사용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악성코드 프로그램에 가까운 '비주얼디스커버리'를 75만대 노트북에 탑재해 시장에 판매한 레노버에 350만달러(40억원)의 벌금을 책정했다. 해커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민감한 개인정보에 접근해 외부로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분쟁 중인 인도 정부 또한 알리바바 계열사 서비스와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산 IT 제품의 정보보안 위험 및 데이터 유출 조사에 착수하며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인도 연방정부 당국은 전국 19개 은행이 발행한 약 32만개의 신용카드 정보가 중국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정치권 및 보안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사실상 국영기업이면서 겉모습만 민영기업인 곳들을 활용해 '빅브라더' 체제 구축을 꿈꾼다는 음모론까지 내놓는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해외 IT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했다. 법 시행 직전 기업들이 사업상 기밀에 해당하는 데이터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은 삭제됐으나,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언제든 소스코드 공개와 백도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안랩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이희조 고려대 교수(컴퓨터공학과·IoT소프트웨어보안국제공동연구센터장)는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보안을 위해 IT 제품을 활용하는 것은 미국의 스노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특히 중국에서 보안 취약점이 높은 IoT 제품들이 생산되며 이런 현상이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산 IP 카메라 해킹사례가 급증하고 평창올림픽 시스템 구축에도 백도어 논란이 있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가 적용됐지만 국내 CC(공통평가기준)인증 외에 이렇다 할 모니터링 체계와 정책적 관심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관계자는 "중국이 제품에 일부러 백도어를 심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는 없지만, 심증만 가지고 정책적으로 특수한 조치와 규제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안보특보 출신인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보안정책센터장(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IT 제품 자체에 원격조정 등 통제기능이 있다 보니 충분히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악성코드 등 이러한 요소가 많이 발견되고 각 정부가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약소국으로 역풍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현실적으로 국가 기간시설에 들어가는 모든 IT·보안 제품을 국산화할 수는 없지만 분명 보안상 불안요구가 있는 만큼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은 갖춰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값을 주고 공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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