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베트남, 제2의 중국시장 되지 않으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502102351607001[1].jpg "[시론] 베트남, 제2의 중국시장 되지 않으려면")
최근 사드(THAAD) 사태로 중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우리기업은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이마트는 물론 롯데마트도 결국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성장 시장으로서의 기회를 만끽했으나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올해, 2015년 발효된 한-중 FTA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아직까지 버틸만한지 별 이야기가 없다.
지난 25년 간 추진된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사드로부터 비롯된 한중 간의 갈등으로 하루 아침에 갑자기 힘들어 진 것인가? 물론 사드 사태가 우리 기업 철수에 마지막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사드 사태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 중 어느 한 기업이라도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자기 반성을 할만도 한데 이런 기업이 없는 것도 참 신기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외 다국적기업의 추락으로 우리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중국 시장을 돌파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진출이 용이한 동남아 시장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 동안 우리기업은 중국 시장을 미래의 성장시장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체 시장 정도로 생각하고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한계 투자로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우리 기업의 의사결정이 중국 시장을 '잃어버린 10년'의 잊혀져 가는 시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SSK(Social Science Korea) 글로벌 경쟁력 사업단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했다. 중국 시장에서 버티지 못한 우리 기업이 몇 년 전부터 베트남 시장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베트남으로 이전한 우리 기업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향후 베트남에서 인건비가 상승한다면 그 다음 시장인 미얀마로 또 이전해야 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시장은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맹활약을 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호치민을 방문했지만 거리를 누비는 도요타 자동차와 혼다 모터사이클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만 하더라도 대우그룹이 아성을 쌓았던 베트남 시장은 동남아에서 일본이 자리잡지 못하는 우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베트남의 인프라 사업에 일본은 적극 참여해 하노이, 호치민의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호치민에서 일본은 공적원조 사업으로 지하철 건설 사업에 참여해 미래의 성장 시장인 베트남에 지속적인 진출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기업은 대부분 봉제 공장을 세워 베트남 내 고용을 창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기반을 만들기 보다는 중국에서와 같이 인건비 절감 게임을 하고 있다. 도요타 중형 자동차가 호치민을 질주 하고 있는데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모닝이 택시로 베트남 거리를 달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하노이에 스마트폰 공장을 세워 베트남 시장을 새롭게 접근하고 있지만 베트남 시장을 바라보는 우리 기업의 시각은 지금 떠나고 있는 중국 시장을 바라봤던 시각과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중국도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이고 베트남 역시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은 6% 이상의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성장 시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0년 후 베트남 시장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현재 우리 기업이 경험하고 있는 중국 시장과 같은 어려운 시장이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10년 후, 2027년, 우리 기업은 베트남 시장에서 또 메뚜기가 되어 다른 시장으로 펄쩍 뛰어가야 하나 처량한 생각이 든다.
베트남 시장에서 중국 시장과 같이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베트남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는 과감한 공적 원조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 기업 역시 베트남을 동남아에서 중요한 미래 성장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장기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Program)과정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전문가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베트남을 영원히 정착해 현지와 함께 활동하는 동남아의 마지막 시장이라는 각오를 가져야 중국 시장에서의 아픔을 또 다시 겪지 않을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