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운동맹·막강 자본력 업고
대규모 일감 잇단 수주 위협적
일본 자국발주 활성화로 '부활'
대규모 일감 잇단 수주 위협적
일본 자국발주 활성화로 '부활'
특히 중국은 풍부한 자금력을 무기로, 일본은 자국 선사 발주를 앞세우고 있어 국내 조선소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번 주쯤 2만2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는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로 업계는 파악했다. 앞서 MSC는 지난주 대우조선해양과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총 926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수주가 뚝 끊어졌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이달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원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선박 발주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 조선소를 둘러싼 대외환경은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조선소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던 초대형 컨테너선에서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이 수주·건조 경험을 쌓아가며 추격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최근 세계 3위 프랑스선사 CMA CGM에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의 계약을 따냈다. 중국 조선소들은 지금까지 1만8000TEU급보다 큰 선박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 지난주 초대형 드라이 도크(육상 선박 건조대)을 완공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마바리조선은 이 도크에서 처음으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짓는다.
기술력이 한 수 아래인 중국 조선소가 한국을 제치고 CMA CGM의 일감을 따낸 것은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가능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점을 살려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해외 선사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박금융이나 보조금을 지원하더라도 무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낮아 적극적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 수주전에서 실패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CMA CGM이 중국 국적선사와 같은 해운동맹체 소속인 데다가 정부가 선박금융을 100% 지원하기로 한 점이 수주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정상적 계약이라면, 건조능력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중국보다 한국 조선소로 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해운사를 지렛대 삼아 부활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은 국적선사 MOL에서 수주를 받아 건조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국내외 선주사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MOL은 일본 3대 해운사로 NYK, K라인과 컨테이너선 사업 통합법인인 오션네트웍크익스프레스를 출범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중국은 건조 기술력이 떨어지고, 일본은 설계역량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며 "중국은 금융지원, 일본은 자국발주 활성화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조선소들은 수주전에서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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