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째 쓰레기처럼 나뒹구는 '개인정보'
입사지원서·회계장부·통장까지
종이문서 무방비로 방치 '충격'
보안허술 문서유출 얼마든 가능
"파쇄 처리과정 업체에만 맡겨
폐지업계 대부분 이렇게 처리"
입사지원서·회계장부·통장까지
종이문서 무방비로 방치 '충격'
보안허술 문서유출 얼마든 가능
"파쇄 처리과정 업체에만 맡겨
폐지업계 대부분 이렇게 처리"
"전국 곳곳의 폐지수거장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기업·공공 문서들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신기하네요."
최근 고물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몰 인터파크와 숙박 O2O(온·오프연계) 서비스 여기어때 해킹으로 수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인 가운데, 개인정보가 담긴 종이문서는 아예 무방비 상태로 폐지장을 나뒹굴고 있다. 기자가 서울과 경기권에 위치한 폐지장 10여 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실태를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은행통장부터 입사지원서·거래명세서·제안요청서·회계장부·건강진단서·상속신고서까지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담은 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 19일, 인터넷에서 XX자원, XX고물상을 검색해 가까운 폐지장부터 찾아갔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폐지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1톤 트럭들이 줄줄이 들어서며 폐지를 포함한 재활용 물품을 쏟아냈다. 이들은 주변 상권에서 수집한 물품과 파쇄업체로부터 넘겨받은 물량을 수거장에 판매하는 전문업자다.
한 고물업자는 "강남권은 유흥가와 업무용 건물들에서 쉴 새 없이 많은 물량이 나오기 때문에 주변 폐지장은 노다지라 불리며 24시간 운영된다"면서 "물품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싣고 오면 대부분 20만~3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특히 구청에서 주변 민원과 환경문제로 수거집하장 사업허가를 추가로 내주지 않고 있어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만큼 강남권은 황금자리로 불린다.
폐지장에 들어가 쌓여 있는 문서들을 보니 P생명에서 나온 제안서 등 기업문서들이 눈에 띄었다. 고물업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강서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화문·서대문·종로권역에서 나오는 물량을 다루는 강서구의 한 폐지장에서는 K은행과 W은행의 통장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근처 또 다른 폐지장에서는 S정보통신 입사지원서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입사지원서에는 지원자의 증명사진과 함께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후 찾아간 폐지장도 다르지 않았다. 마포구의 폐지장에서는 한 세무사무소에서 나온, 신용카드와 계좌번호 등 개인 금융정보가 가득 담긴 문서가 쌓여 있었다.
경기 고양에 위치한 폐지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의 거래장부와 세금계산서가 무더기로 눈에 띄었다.
이밖에 고양 지역의 폐지장 4곳을 돌며 특정 개인이 보유한 자산이 적혀있는 재산 상속명세서, 중고차 업체에서 나온 자동차양도 증명서, 병원의 진료 및 건강진단서 등이 폐지장에서 다른 쓰레기와 다를 바 없이 취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보안도 허술해 이들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들의 유출은 얼마든 가능해 보였다.
폐지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담긴 종이문서는 파쇄해 처리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그 과정을 업체에만 맡기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처리업체 입장에선 제지업체에 재활용 종이를 넘길 때 상태가 멀쩡할수록 비싼 값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파쇄과정을 생략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인정보가 담긴 종이도 일반 재활용 종이와 다를 바 없이 처리되는 게 폐지업계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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