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 흡수통일 또는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언제라도 북한이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자 가운데 문 대통령은 네 번째로 무대에 올라 15분가량 연설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 당사국으로서의 역할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유엔에 협조를 요청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 2375를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에 동조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방점을 뒀다. 대북정책의 핵심인 '대화' 카드도 빠지지 않았다. 결국 '평화적 방식에 의한 근원적·포괄적 해결'이라는 새 정부의 대북기조를 유엔에서 재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한반도"라며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이 유엔 헌장에 담겨있는 안보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구현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거론하고 있는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경제 정책도 소개했다.
그는 "'사람을 근본으로'라는 이번 유엔총회 주제가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철학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경제 불평등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가계 소득증가에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북방경제비전'과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통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질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이는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에 북한선수단이 입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이는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며, IOC와 함께 북한의 참가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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