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포럼]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고용환경 해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102102251607002[1].jpg "[포럼]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고용환경 해법")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13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했다. 국가의 직접적인 복지예산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었고, 해당 근로자들에게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황스러웠다. 일본의 경우 1998년부터 정년을 60세로 했고, 2013년부터는 65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근로자를 강제로 내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조만간 65세 정년이 법제화될 예정이다. 여기서 우리와 다른 점은 정년을 60세로 할 당시 대다수의 기업들이 정년을 60세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큰 부담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2013년까지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은 없었고,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사규나 취업규칙에 또는 단체협약에 정년을 정해서 시행하고 있었다. 2013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정할 당시 대부분 기업들은 57세 수준에서 정년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공무원만 60세를 시행하고 있었다.
기업이란 근로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들도 기업과 함께 해야 한다. 얼마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정년 65세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불가피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정부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먼저 기업이다.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고령화에 대해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이나 급여제도 등에 대해서 수행하는 일, 수행한 결과, 기업의 재무성과 등을 반영하는 제도로 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고령근로자라고 하더라도 더 큰 부담을 지는 현상을 피할 수 있다. 기업의 문화도 변화가 필요하다. 선배라고 해서 꼭 상위 직급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직급도 경우에 따라서는 내려갈 수도 있어야 한다. 아직도 검찰의 인사제도를 보면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선배들이 옷을 벗는데,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물론 변호사를 할 수 있으니 쉽게 옷을 벗을지 몰라도 민간기업은 다르다. 50대에 퇴직해서 프랜차이즈사업에 진입하면 열에 아홉은 망한다고 한다. 후배도 능력이 있으면 선배보다 더 높은 직급에서 일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여성 관리자에 대해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개편은 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근로자들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가 지나치게 성급하게 정책적으로 집행하려고 해서 부작용이 컸지만 임금피크제나 연공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필요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폐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태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꼭 인식해야 한다. 또한 선배라고 해서 후배 밑에서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능력이 되면 후배의 지시에 따를 수도 있는 것이다.
고령근로자만이 아니라 오래 일하게 되는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의 하나는 지속적인 자기계발이다. 앞으로 더 오래 일하게 된다고 했을 때 꼭 한 기업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회사를 바꾸게 되어도 자신의 몸값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춰야 한다. 단순한 직무를 수십년간 수행하면서, 호봉에 맞춰 임금이 올라가고, 거기에 소위 베이스업까지 이뤄진다면 누군가는 그 부담을 지어야 한다.
일례로 9급 공무원의 경우 초봉과 30호봉의 기본급 차이가 2.2배에 이른다. 거기에 공무원 임금은 매년 전체적으로 3% 가까이 인상된다.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 요즘에 호봉인상과 베이스업은 임금수준의 상승을 가져오고, 국민경제에 부담을 준다. 국가가 고속 성장을 계속한다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고령화 사회와 저성장 체제에서 지속적인 임금상승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단순노무직만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필요없는 세상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근로자들은 자신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경쟁력이 개별 근로자의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차원의 노력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얼마나 가겠는가? 근로자 자신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기업과 정부는 그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제도변화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강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민간 부문 기업의 운명은 기업이 스스로 결정한다. 정부가 죽어가는 기업을 살릴 수는 없듯이, 정부는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잘 살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가차원의 평생교육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지식의 진부화가 가속되고, 새로운 지식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비롯한 정규교육시스템은 안정적이지만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그에 따라 교사규모도 맞춰 줄이는 대신에, 사이버교육이나 다양한 형태의 훈련프로그램에 투자를 확대해서 고령화 사회에 걸맞는 국가교육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고령화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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