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집착보다는 시너지 강조
낸드시장 경쟁력강화 발판 기대
"세계 2위 자리 노려볼만" 평가
낸드시장 경쟁력강화 발판 기대
"세계 2위 자리 노려볼만" 평가
[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 인수자로 최종 낙점된 것은 이번 인수전을 진두 지휘했던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도시바는 애초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20%만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이 커져 50% 이상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예상 인수액도 20조원 규모까지 치솟았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단독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데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만의 홍하이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미국 베인캐피털과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과 손잡고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한국으로 반도체 핵심 기술을 넘기는 것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이 불거지면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투자가 아니라 전환사채(CB) 방식을 택했다.
또 최태원 회장은 도시바 메모리 의결권에 집착하기보다 도시바와 시너지를 강조하고, 투자와 고용 유지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게 회사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도시바는 지난 6월 21일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도시바는 1주일 뒤인 6월 28일 한미일 연합과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웨스턴디지털이 각종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 계약을 위한 협상은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으로 구성된 미일 연합 컨소시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웨스턴디지털에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면 소송 위험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스턴디지털이 의결권에 집착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애플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전세 역전을 노렸다. 특히 애플이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 인수에 반대한 것도 도시바가 지난 13일 한미일 연합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종 계약까지 성사될 경우 SK하이닉스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의 원천 기술을 가진 만큼,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공동 연구개발 등으로 미래 먹거리로 강화하고 있는 3D 낸드플래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위 자리를 노려볼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6.7%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에 이어 도시바 17.2%, 웨스턴디지털 15.5%, SK하이닉스 11.4%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날 도시바 이사회 승인 후에도 향후 계약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웨스턴디지털이 소송 등 각종 제동을 걸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또 최종 계약 후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하는 관문도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에 계속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간 소송으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며 "최종 계약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슬기기자 seul@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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