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지분보유 이유로
삼성증권 어음발행 인가대상 제외
업계 "말로만 모험자본 투자역할
규정에 없는 엄격한 잣대 들이대
메리츠종금증권·신한금융투자도
자기자본 늘려 시장 확대시켜야"
삼성증권 어음발행 인가대상 제외
업계 "말로만 모험자본 투자역할
규정에 없는 엄격한 잣대 들이대
메리츠종금증권·신한금융투자도
자기자본 늘려 시장 확대시켜야"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가절차가 다음 달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 당국이 당초 취지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증권업계가 속을 끓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초대형 IB 인허가 여부는 10월 중에 최종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심사 내용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각각 제출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7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는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초대형 IB 심사기관인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과 정보기술(IT)·금융정보보호단은 8월 말부터 9월까지 각사의 발행어음 관련 IT 체계와 조직·인력 현황,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현장실사를 마쳤다.
초대형 IB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안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이다. 증권사들이 어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모험적으로 기업금융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초대형 IB 사업권을 신청한 삼성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와 관련한 심사를 제외하고, 초대형IB 지정 심사만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형사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단기금융업 인가와 관련한 심사는 보류된다"며 "이번 1심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형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보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IB의 기업금융은 신생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에 모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담보나 신용평가에 의해 보수적으로 대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기업투자를 전개할 수 있도록 초대형 IB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은행·대출 위주로 이루어져 자본시장·투자 중심의 모험자본 기능이 취약하다"며 초대형 IB를 비롯해 모험자본 공급을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모험자본 투자 역할을 하는 초대형 IB에 힘을 실어 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규정에도 없는 엄격한 잣대로 초대형 IB 출범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초대형 IB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증권을 어음발행 인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증권의 지분을 한주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특수관계인 이란 이유로, 삼성증권을 제외한 것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대형 증권사 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3 인터넷 은행을 인가하겠다는 것은 시장의 수효가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초대형 IB도 시장 전반에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긍정 효과를 염두해 두고 시작한 것인데, 규정에도 없는 근거를 들이대 초대형 IB 출범을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애매한 규정으로, 초대형 IB를 옥죄기 보다는 오히려 자본금 3조 원대에 머물러 있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자기자본을 4조 원대로 확충해 시장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시장에 초대형 IB 사업자가 많아져,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증권사들이 많아져야 결국 중소 벤처기업에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초대형IB가 공급할 모험자본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초대형IB를 준비중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 쪽에서 발행어음 제도가 시행되면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은 투자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 문의가 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한편 금감원은 이번 현장실사를 토대로 다음 달 초 외부평가위원회를 열고 대주주 적격성 조회 요청 결과를 취합한 뒤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10월 중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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