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5년간 통신비 3조 절감 불구
25%할인·저소득층 감면 등으로
사실상 대형이통사와 경쟁 구도
"2만원대 보편요금제로 존립 흔들
도매대가협상 법적 지위 등 시급"
25%할인·저소득층 감면 등으로
사실상 대형이통사와 경쟁 구도
"2만원대 보편요금제로 존립 흔들
도매대가협상 법적 지위 등 시급"
[디지털타임스 강은성기자]알뜰폰이 지난 5년여간 절감한 통신비 규모는 총 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알뜰폰의 입지는 위태롭다.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 매년 도매대가 협상에 따라 경영 성과가 좌우된다. 경쟁 효과의 부메랑으로 거대 이동통신 3사와도 자본력으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는 알뜰폰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이다.
18일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알뜰폰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며 정책을 철회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저소득층 추가 요금감면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요금 경쟁력'이 무기인 알뜰폰 업계 입장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요소"라면서 "특히 2만원대 보편요금제 출시는 알뜰폰 업체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실제 이통3사의 가입자당월평균매출액(ARPU)이 지속 하락하는 것은 알뜰폰과 경쟁 덕분"이라며 "시장 친화적 방식의 요금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편요금제는 알뜰폰을 통해 출시하는 것이 산업 생태계에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도 지난 15일 국회 정책토론회 발제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가 가계통신비 인하 주체로서 제4 이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준비 중인 보편요금제도 알뜰폰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뜰폰 업체의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해 망임대사업자인 이통사와 좀 더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현재 알뜰폰 업체들은 KT나 LG유플러스의 망을 임대할 경우 별정2호사업자(자체교환설비없이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 회선설비등을 이용하여 기간통신 역무를 제공하는 사업자) 자격을 받는다. SK텔레콤 망을 임대할 경우에는 별정4호사업자(도매제공의무사업자와 망 임차협상을 벌일 수 있고, 정부가 제시한 도매대가 가이드라인 내에서 MVNO 서비스를 제공)의 지위를 받게 된다. 법률로 도매대가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은 별정4호사업자에 한하며 이마저도 SK텔레콤에만 국한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알뜰폰으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가 뚜렷한 만큼 '이동통신시장 경쟁 촉진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 알뜰폰 사업자에게 법률적 지위를 보장하고 망임대사업자와 정해진 기간에 따라 대가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하는데, 매년 협상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2012년엔 5월이던 것이 어느새 상반기 내 협상도 어려워지더니 작년엔 7월 말에야 협상이 완료됐다. 올해는 9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이 지경(으로 협상타결이 늦어지고 있다)"이라면서 "특별법 등으로 대가 협상 시기를 못 박는다면 임대사업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뜰폰의 요금인하 효과가 두드러질수록 '부메랑' 효과로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이통3사와 같은 멤버십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니 약정을 끝낸 이용자가 기기를 바꾸면서 다른 알뜰폰 사업자로 갈아타거나 아예 이통3사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통3사는 알뜰폰으로 저가형 요금제 시장이 점차 잠식되자 관련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이통 3사는 이달 들어 중저가형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올리면서 저가형 요금제 가입자들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KT는 지난 1일 갤럭시 A5의 3만원대 요금제 지원금을 4만4000원 올리고 6만원대 요금제 지원금을 7000원 내려 두 요금제 모두 지원금을 37만4000원으로 맞췄다. 갤럭시 J5에는 요금제 관계없이 14만원 가량 지원금을 추가했다. SK텔레콤은 2일부터 G6와 G6 PRO, G6 PLUS의 공시지원금을 발표하며 3만원대 요금제에 가장 많은 3만7000원의 지원금을 더했다. 6만원대 요금제는 2만원만 올렸고 8만원대 요금제는 오히려 1만8000원을 내렸다. LG유플러스 역시 2일부터 갤럭시 A5 3만원대 요금제에 5만원의 추가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며 저가요금제 우대 정책에 보폭을 맞추는 중이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이통3사와 경쟁하던 알뜰폰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업계는 저렴한 요금제를 바탕으로 알뜰폰이 이통3사와 경쟁할 수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도매대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마케팅 대응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이미 유통점 리베이트 등을 활용한 표적 마케팅으로 방통위 지적을 받았던 대형 통신사가 이번엔 합법의 틀 안에서 알뜰폰 업계를 정조준한 모양새"라며 "도매대가 인하 협상이 조속히 이루어지는 것이 우선이고, 앞으로는 1년 단위의 협상이 아닌 중장기적 협상 방안이 마련돼야 알뜰폰 업계가 자생력을 갖고 경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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