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통계청·KB국민은행 자료 분석,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울살이
10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내 집 마련 꿈 이뤄
10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내 집 마련 꿈 이뤄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서울에서는 30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0대 가운데 주택을 갖고 있는 이의 비중은 42.4%(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30대 중에서는 327만9000가구 중 139만 가구가 내 집을 갖고 있었다.
지역적으로는 유일하게 서울만 30%대에 그쳤다. 서울의 30대 71만3000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이는 23만7000가구로 소유비중은 33.3%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9.1%포인트 낮은 수치다. 서울 다음으로는 강원(41.2%)·제주(41.6%)·경기(41.8%)·대전(42.5%) 등의 순으로 낮았다. 반면 인천(46.2%)·광주(46.3%)·전북(46.5%)·전남(46.7%)·부산(47.0%)·충북(47.3%)의 경우 비교적 다른 시도에 비해 높았고, 경남(50.3%)과 울산(53.3%)은 무려 50%를 넘었다.
무엇보다 30대는 전국과 서울 가구의 주택소유 비율 격차(9.1%포인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컸다. 전국과 서울만 떼어놓고 비교했을 때 20대는 4.1%포인트(전국 14.1%-서울 10%) 차이가 났고, 40대는 5.6%포인트(전국 57.6%-서울 52.0%) 정도였다. 또 50대는 5.6%포인트(63.4%-57.8%), 60대 3.0%포인트(69.9%-66.9%)로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차이가 줄었다. 오히려 70대는 전국 67.8%보다 서울이 68.3%로 더 높았다. 서울 거주자들이 갖고 있는 자산 규모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생애최초주택을 갖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서울이 가장 길었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33.2%의 서울시민이 10년 이상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1년 미만은 26.1%였고, 5∼10년은 21.4%, 3∼5년은 10.2% 등의 순이었다.
서울의 주택 마련 여건이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최악의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과 KB국민은행 등의 주택가격동향조사 내용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서울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3배였다. 즉 서울에서 부모나 금융기관의 대출 없이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수입 만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10년이 넘도록 세금을 제외하고는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된다는 뜻이다. 물론 중국 베이징(14.5배)이나 호주 시드니(12.2배)보다는 낮았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9,3배)와 샌프란시스코(9.2배) 그리고 영국 런던(8.5배)보다도 높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나라마다 주택 정책이 다르고 주거 형태와 주거에 대한 사고 방식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서울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가 빚을 내지 않고 내 집을 갖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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