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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살충제 달걀 파동이 주는 교훈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탄소문화원장 

입력: 2017-09-14 18:00
[2017년 09월 15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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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살충제 달걀 파동이 주는 교훈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탄소문화원장
정부의 전격적인 출하금지와 전수조사 발표로 요란하게 시작됐던 살충제 달걀 파동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달걀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살충제로 오염된 달걀을 소비해도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식약처의 어설픈 발표가 그 끝이었다. 달걀 소비는 반 토막이 나고 말았지만 식약처의 난각 코드 개선책 이상의 후속 대책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모양이다.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인정하더라도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고, 행정력도 황당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정부를 믿을 수 없는 것이 소비자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난맥상을 드러내 보여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달걀에서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다. 생산과 유통 단계에 대한 정부의 이중 안전 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강조하는 '잔류농약허용기준'의 관리는 허울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전국의 많은 산란계 농장에서 가금류에는 제도적으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살충제를 마구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떠한 살충제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유기농' 양계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밀집사육으로 하지 않는 '동물복지' 양계장에서는 1979년부터 수입·생산·유통·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는 DDT가 검출되기도 했다. 달걀은 물론이고 닭과 토양까지 DDT로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살충제는 농작물과 가축·가금류를 괴롭히는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특히 밀집사육 방식을 사용하는 일반 양계장과 유기농 양계장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맹독성의 살충제를 써야하는 밀집사육이 정서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넓은 양계장에서 최대한 자연적으로 활동하도록 닭을 사육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달걀의 생산성과 직결된 밀집사육과 살충제를 함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동물복지로 알려진 자연적인 사육 방식이 생산자에게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걀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실제로 동물복지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유통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양계장에서 살충제의 사용과 달걀의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닭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닭고기나 달걀에 잔류하는 살충제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충분히 확보된 살충제만 양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생산과정에서 살충제 잔류량도 엄격하게 검사한다. 식약처의 잔류허용기준 검사가 농식품부 관리와 중복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식약처의 관리는 유통 단계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보조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담하고 있는 살충제와 양계장 관리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가금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비펜트린을 비롯한 14종의 살충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농민은 물론이고 양계장에 살충제를 공급하는 농약상이나 수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과연 1979년부터 금지시켜놓은 DDT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졌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토양에 잔류하는 DDT가 40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살충제의 잔류허용기준을 관리하는 '공전'도 손질을 해야 한다.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살충제 잔류허용기준은 달걀 1개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됐듯이 오염 가능성이 있는 달걀 5개 또는 10개를 모아서 검사하는 방식으로는 고시된 허용기준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자칫하면 공전에 따라 확인한 오염도가 실제 오염도보다 크게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위해 가능성과 관리 제도의 부실에 대한 우려를 구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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