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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18)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접착제 · 드라이클리닝 사용 '흔한 물질'
생리대 검출량 미미…위험 과장 경계해야 

입력: 2017-09-12 18:00
[2017년 09월 13일자 1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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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18)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맹독성' 위험물질로 전락해버렸다. 특히 여성들에게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생리대에 포함되었다는 VOC의 유해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적도 없고, 검출된 양도 부작용을 걱정하기에는 너무 적다. VOC의 유해성은 경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겁을 내기보다 위험을 적절하게 회피·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VOC는 쉽게 증발하는 유기화합물을 뜻한다. 벤젠·톨루엔·아세톤·포름알데하이드를 비롯한 수백 종의 유기화합물이 VOC로 분류된다. 휘발유처럼 석유에서 분리하거나 인공적으로 합성하기도 하지만, 자연에도 지천으로 존재한다. 심지어 식품을 저장·가공·조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피톤치드도 VOC다.

VOC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유용하고 익숙한 물질이다. 주로 물에 잘 안 녹는 접착제·잉크·도료·향료·색소를 녹이기 위해 사용한다. 물세탁이 어려운 옷에 묻은 때를 제거하는 드라이클리닝에서도 VOC를 쓴다. 사용 후에 남은 VOC는 쉽게 증발해 버린다.

인체에 유해한 VOC도 있다. 대부분 호흡에 의한 흡입 독성이 문제가 된다. VOC를 많이 사용하는 작업장에서는 질식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환기장치를 충분히 갖추고, 적절한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노출되는 경우에 나타나는 만성 중독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정부가 노출 허용기준을 설정해서 관리한다. 가공식품에도 VOC 잔류허용기준을 정해놓기도 한다.

식약처가 여성단체를 대신해서 공개한 생리대의 VOC 검출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 오차가 측정값보다 큰 것도 문제다. 더욱이 가장 심하게 오염된 제품 1개에서 방출된다는 VOC의 총량(TVOC)은 6.56 마이크로그램(㎍)이고, 정체가 확인된 VOC 7종의 양은 대부분 나노그램(ng) 수준이었다. 나노그램은 밀리그램의 백만 분의 1에 해당한다. 위험을 걱정하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양이다.

건강한 성인이 VOC 허용기준(0.5ppm)이 지켜지는 실내 공기를 1분간 호흡할 때 흡입하는 VOC의 양은 생리대 1개의 VOC보다 무려 400배나 많다. 독성이 아무리 강한 물질이라도 그 양이 충분히 적으면 문제가 될 수 없다. 생리대가 위험하다면, 실내 공기는 훨씬 더 위험해야만 한다. 폐조직도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부에 칠해놓은 접착제에서 방출되는 VOC는 인체로 흡수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생리대에서 검출한 VOC의 정체도 분명하지 않다. VOC 총량의 1.2%를 차지하는 10종을 뺀 나머지는 정체도 확인하지 못해서 'TVOC'로 뭉뚱그려 표시했다. 실험에서 검출된 물질이 VOC인지도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미지의 물질이 인체에 위험하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고, 과학적 검증도 불가능하다.

발암성에 대한 과장과 오해도 경계해야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는 암이 발생하는 강도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의 확실성을 평가한 것이다. 인체 발암성이 분명하게 확인되어 '1군'으로 분류된 물질이라고 해서 흡입·섭취·접촉하기만 하면 당장 암에 걸리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술·에탄올·젓갈·흡연·목재분진·숯불·가스레인지는 1군 발암물질이지만 발암성을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VOC의 발암성도 무작정 두려워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체 발암성이 의심되는 '2군'도 마찬가지다. 암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에 발생하는 만성 질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체 발암성이 확인되지 않은 '3군'과 '4군'은 굳이 '발암물질'이라고 부를 이유도 없다.

멀쩡한 VOC를 보톡스나 복어독(테트로도톡신)과 같은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 무차별적인 '케모포비아'(화학물질 혐오증)는 오히려 건강과 환경을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흡수기능이 뛰어난 고분자 흡수체를 이용한 일회용 생리대를 무작정 포기할 이유는 없다. 품질 개선 노력과 함께 위생적 사용법에 대한 더 많은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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