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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멈춰 서 있는 물관리 기술개발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입력: 2017-09-11 18:00
[2017년 09월 12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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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멈춰 서 있는 물관리 기술개발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미국이 연이은 태풍으로 참담한 피해를 보고 있다. 카테고리 4급의 태풍 '하비'가 텍사스 주를 덮쳐서 50여 명의 사망·실종자와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집은 침수됐고, 하수도는 넘쳐흘러 수인성 전염병의 발병이 우려되는 가운데 식수마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런데 더 강력한 카테고리 5급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에 상륙, 많은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2002년의 '루사', 2003년의 '매미'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올해 봄에는 극심한 가뭄,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수질은 환경부과 관리하는 형태였으나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통합적인 물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돼 최근에 수량과 수질의 관리를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의 다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논의 중이지만 좋은 결말을 맺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물관리는 수량과 수질을 한 부서에서 관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관리를 잘하기 위해서 그에 상응하는 기술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개선돼야 한다.

고여 있는 물은 썩듯이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기술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연 기후변화시대에 대비한 물관리를 위한 충분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2017년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약 13조원에 달하고 있다. 기초연구, 4차산업혁명 대응, 미래성장동력, 바이오 신산업, 중소·중견기업, 재난재해·안전, 기후변화 대응의 7개의 큰 분야로 구분돼 있고, 그 중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구비는 약 8450억원이다. 적지 않은 연구비라고 할 지 몰라도 그 내막을 보면 물 관련 언급은 없고, 주로 탄소 저감과 친환경자동차에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이다. 다시 부처별로 분류한 연구비 내역을 보면 환경부의 연구비는 2586억원이다. 내역을 보면 물관리에 필요한 연구비는 글로벌 탑 사업단 중 상·하수에 관련된 사업단 2개와 조류관련 연구비를 합해 200억원 내외에 불과하며 그나마 매해 연구비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의 연구비 내역을 살펴보면 물에 관한 국가의 연구비는 전체 연구비의 약 0.2%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와 그 외 모든 부처에서 물에 관련된 연구예산은 다 모아도 1%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의 연구계획에서 항상 대두되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스마트자동차 등 소위 4차 산업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는 물론 국가의 장래 먹거리에 대한 연구로서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정작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야하는 연구는 어떤 것들일까? 시장성이 크다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처럼 한 해 수 천억, 수 조원의 이익을 남기는 소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연구에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시장성이 뛰어난 소비자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해야 할 연구에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다소 명분에 문제가 있다. 정부의 연구비는 지원에 대해 몇 가지 사적인 의견을 제안한다면 첫째는 정부의 연구비는 공공기술의 개발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된 공공기술은 공공기관 혹은 모든 회사에 공개해 국민들의 복지와 생활개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 다음 순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지원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연구 인력도, 연구비도 조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강소기업의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어서 이번에 정부도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시켰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개발한 기술이 공공복지에 사용되는, 정부의 사업이 없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 오히려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분야에 대해 연구지원을 해줘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시장성이 높아서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면 곧바로 연구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분야는 다소 후순위로 놓아도 될 것 같다.

가뭄과 홍수가 극심하게 교차되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상·하수도를 비롯한 물관리는 국민의 삶의 질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새천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메디컬 저널이 선정한 20세기에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발명품이 상·하수도이었다. 국민들의 평균 공중위생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서 인간의 평균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했다고 한다. 아전인수 격이라고 할지 몰라도 물관리는 국민의 보편적인 복지와 직접 관련되는 분야이므로 정부의 연구비 배정에서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상하수도나 물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99%가 중소기업들이다. 국가 총연구비의 1%에 미달하는 구도로서는 우리나라의 물관리 기술과 장비가 해외의 기술들과 경쟁할 수 없다.

반도체 시장 규모의 4배에 달하는 해외의 상하수도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는데 우리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21세기의 블루골드라는 황금시장을 바라만 보아야 할 것인가? 물관리 기술이 상·하수도 사업과 물관리를 독점하고 있는 국가가 사업을 벌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장비라도 사용할 시장이 없어서 시장성이 낮으니 연구개발 지원도 조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수많은 예산이 투입될 국가의 물관리 사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또 강소기업의 육성 측면에서라도 물기업들에 대한 국가의 연구개발 지원은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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