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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끼리 ‘돌려막기’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양지윤 기자 galileo@dt.co.kr | 입력: 2017-09-08 16:26
[2017년 09월 11일자 8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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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국책은행 관리 기업 간의 '돌려막기'로 변질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최근 초대형유조선(VLCC)과 1만1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에서 각각 들여오기로 하면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애초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31일 한진중공업에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약 182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이달 초 대우조선에 4703억 규모의 VLCC 5척을 신규 발주했다. 현대상선이 몸집 불리기를 위해 투자하는 돈은 모두 65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은 국적선사가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에 국내 조선소에 일감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조선·해운업계의 숙원과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는 2015년부터 본격화한 수주가뭄과 자국 해운사의 발주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와 반대로 일본과 중국은 자국 발주로 조선업과 해운업을 모두 살리는 길을 택했다. 우선 해운업은 세계 6위 해운사였던 중국 코스코가 차이나쉬핑(CSCL)과 합병해 4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홍콩 OOCL을 인수하며 세계 3위로 도약했다.

일본 해운 빅3도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을 통합해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조선 부문의 경우 중국은 해양플랜트를 건조능력을 줄이는 한편 일부 민영 조선사는 인력감축을 추진 중이다. 일본 역시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 등 상위업체들이 상선 부문의 제휴로 선박수주와 부품조달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두 나라 모두 선순환 체계 구축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겉으로 보기엔 조선·해운업 상생의 연결고리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산업은행의 돈줄로 연명하는 '운명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고, 한진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산업은행 중심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다.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 대신 인도가 취소된 한진중공업의 배를 떠안은 것도 이런 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재무건전성 문제로 해외 입찰에서 소외된 대우조선이 부채비율 축소 전에 이미 선박 수주를 확정 지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구조조정이 부실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정부 뒷배로 생명만 연장하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중추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책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에 의존해 연명하는 '못난이 3인방'이 조선·해운업 상생의 모범 사례로 여겨지는 건 아이러니"라며 "만에 하나 현대상선이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경우 한국선박해양이 안전판이 되게 했으나 각 회사가 재무상태가 악화하면 정부 자금을 다시 투입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세 회사의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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