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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과의 동거, 어떻게 풀어야 하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7-09-07 18:00
[2017년 09월 08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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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과의 동거, 어떻게 풀어야 하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3일 낮 12시 29분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 방송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우리는 우리 기상청은 인공지진 5.7 규모로 산정했는데, 미국과 중국은 6.1, 일본은 6.3으로 왜 각각 다르게 산정했는지, 원자폭탄인지 수소폭탄인지, 히로시마 원폭의 5~6배 또는 그 이상인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완성단계인지 아닌지, 레드라인을 넘었는지 넘지 않았는지, 과거 정부 탓인지 현 정부 탓인지에 대한 논쟁에 휩싸여 있다.

당면한 북한 핵 위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기는 해야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세컨다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국가와도 교역 중단)과 '완전한 절멸(絶滅: total annihilation)' 수준의 군사적 대응 등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의 정부는 사드를 최대한 신속히 배치하고, 미국과 우리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500kg)을 해제하는데 전격 합의하는 등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강조했다. 미국에 비하면 우리의 대응책은 초라하기만 하다. 그만큼 우리는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해 지지만 미국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완전히 합치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하기 전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본래 우리와 같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 폐기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추기 직전인 상황에서 북한의 핵동결로 그 목표를 낮춰 협상에 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북한이 더 이상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성과 핵폭탄의 고성능화를 추진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북미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목표로 하는 북한을 현 수준에서만이라도 동결시키는 것이 미국이 군사적 대응으로 모험을 하기 보다는 훨씬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핵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북한의 핵폭탄 한 발이면 서울이 초토화되는 사태를 항상 걱정하면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이 됐다. 북한의 핵 위협은 이미 2006년 첫 핵실험 때부터 현실화됐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정부는 말로만 강경대응을 외쳐왔지 북핵 도발은 마치 미국의 문제인양 자주국방 능력 향상에는 소홀하고 한미동맹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제 와서 전술핵 재도입, 자체 핵무장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가능하다해도 동북아 핵무장 도미노 현상과 군비 확장으로 이어져 한반도는 더 이상의 번영은 물론 존속 자체에 대한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길은 하나다. 핵을 안고 살아야 한다. 불행하지만 의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첫째는 핵을 관리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압박과 대화의 병행정책이 바람직하나 핵 억지를 위해서는 압박이 우선돼 핵 도발 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주입시켜야 한다. 핵은 오로지 핵으로만 억지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을 단단히 붙잡아야 하고 여차하면 자체 핵개발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자주 국방능력 강화는 물론 핵전쟁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로 강력한 제재와 압박 중에도 협상 가능성은 열어 놓아야 한다. 핵포기를 할 경우 대규모 경제지원 등 패키지 빅 딜의 제안을 통해 북한에 선택의 여지를 던져 주는 것이다. 세기의 전략전문가 버나드 브로디가 '핵시대의 군의 목표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피하는데 있다'라고 한 금언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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