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디지털산책] 가을밥상의 전설, `전어`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장 

입력: 2017-09-07 18:00
[2017년 09월 08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디지털산책] 가을밥상의 전설, `전어`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장
전어는 가을의 전설 그 자체다. 며느리 친정간 사이 시어머니가 문 걸어 잠그고 구워 먹었다는 그 전어(錢魚). '전(錢)'자는 돈(엽전)을 뜻한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책 '임원경제지'에 보면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서 파는데, 귀족 천민을 가리지 않고 돈 아까운 줄을 몰랐다 해서 '전어(錢魚)로 불린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어는 벼가 익을 무렵 가장 살이 통통해지고 맛도 최고에 오르며 황금기를 11월까지는 유지한다. 여름 산란기를 지나 뼈가 부드러워진다는 사실도 가을철에 전어를 찾게 되는 이유다. 실제로 전어는 가을이면 지방 성분이 최고 3배로 풍부해진다. 봄철에 잡히는 전어는 100g당 지방이 2g인 반면 가을에 잡히는 전어는 지방이 6g으로 특히 가을 전어가 유독 고소하고 맛있는 영양학적인 이유다.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흑산도 유배시절 정약전 선생이 우리나라 어류 패류 등을 분류해 기록한 책 '자산어보'에 따르면 전어는 경상남도 사천시 마도동 사람들에 의해 잡는 법이 개발되었다 기록돼 있다. 동네 주민들이 한데 모여 그물에 갈물을 들이면서 잡았다고 해 지금도 이 지방 전통민요로 유명한 '갈방아어요'가 전해지고 있다. 사천의 옛 지명은 삼천포. 지금도 가을이면 삼천포 앞바다는 전어잡이 배로 진풍경을 이룬다.

씹을수록 뒷맛이 고소하고 은은한 전어는 성질이 급해 횟집 수족관에서도 하루 이상을 버티지 못해 가을에는 싱싱한 전어회를 맛보려는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남해안, 서해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어란 생선은 원래 자연산만을 고집해 왔는데 주가가 치솟자 최근에는 양식으로 다량 생산되고 있지만 맛으로 치자면 가을에 잡히는 자연산을 못 따라간다. 살찐 전어는 양식일 가능성이 크다. 양식 전어는 살집이 지나치게 붙었다. 뱃살 라인이 약간 처졌다. 자연산 전어는 배가 날씬하다.

전어의 감칠맛은 크기 보다 무게가 나가는 것이 찰지고 더 맛있다. 전어의 비린내는 그 자체가 매력인데도 비린내가 싫다면 요리 전에 소금물에 5분정도 담가두면 비린내가 많이 제거된다.

전어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지만 뭐니해도 전어구이다. 가을전어는 뼈가 부드러워 비늘만 쳐내고 칼집을 내어 소금을 솔솔 뿌려 통째로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구이가 최고다, 특히 지방 함량이 많아 굽는 내내 기름이 좔좔 배어 흘러 풍미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전어회는 막장에 전어살 두어점과 풋고추, 마늘, 양파 등을 얹어 상추나 깻잎에 싸 먹는 맛이 제철 전어를 즐기는 방법이다. 아니면 나박나박 썬 다음 배와 무생채, 풋고추와 미나리채를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전어무침도 최상의 맛이다. 보드레하고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별미다. 다만 전어를 구울 때는 어디에다가 굽느냐가 관건이다. 가스렌지나 오븐에 구우면 확실히 그 맛이 떨어지는 듯하다. 전어구이는 옛날에도 연탄불 보다는 참나무 장작불에 구워내야 그 맛이 최고조에 달했다. 뿌리는 소금의 종류도 중요한 것 같다. 장작불이 한소끔 잦아들면 서해 염전의 천일염을 솔솔 뿌리면서 여러번 뒤집지 말고 구워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또 다 구워낸 전어를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바짝 구워진 전어를 양손으로 잡고 대가리까지 먹어야, 전어구이 제대로 먹는단 소리를 듣는다. 가시투성이라고 먹을 것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은 전어구이를 먹을 줄 몰라 하는 말이며 이는 전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가을 냄새가 짙어지면서 남서해 곳곳에선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 마산 삼천포 광양 장흥 부안 서천 등에서 자연산 전어 먹기 이벤트가 펼쳐진다. 서울에선 가락농수산시장이나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자연산 전어를 사서 먹을 수 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