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장
![[포럼] 자율차, 도로수용성 문제 선결돼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0702102251607002[1].jpg "[포럼] 자율차, 도로수용성 문제 선결돼야")
대부분의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에 직면할 경우 행동 지침을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설정하여야만 좀 더 안전한 상황이 될 지에 대한 일종의 윤리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최근 독일정부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시 윤리적 행동기준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는 보도가 눈에 뜨인다. 자율주행 3단계인 제한적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자동차 업계를 거느린 나라로 제일 앞서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윤리적 문제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주행 중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기 전, 일반차량들과 도로에서 같이 다닐 수 있는 가에 있다. 즉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교통수용성 문제다.
지금까지 도로에서 움직이는 모든 차량은 사람이 조작한다. 운전은 사람이 도로의 상황과 주변 차량들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반응해서 가감속이나 조향등 행동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고도화 작업 과정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동안 도로상에서 다른 주변 차량들과의 모든 상관관계를 교통법규의 틀과 도로교통수용성 측면에서 그동안 습득된 자신의 운전 경험을 토대로 해결해 나간다. 예를 들면 서울집에서 출발해 고속도로와 국도 및 지방도를 거쳐 세종 직장까지 약 130km를 2시간 정도 주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그 차량은 수백대 이상의 주변 차량들과 추월하거나 추월을 허용하고 때로는 앞차를 따라 붙거나 간격을 벌리기도 하고, 차로변경으로 끼어들거나 끼어듦을 허용하는 등 모든 상호 관계를 안전하게 해결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이러한 모든 상황을 사람이 조작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레이더나 라이다, 영상센서 등에 의존하는 2단계 혹은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량이 때로는 일반차량에게 추월이나 끼어듦을 적절하게 허용하거나 주변의 상황에 맞춰 차량 간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은 도로의 수용성 측면에서 사람의 능력에 근접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030년 경에는 도로에서 주행하는 차량의 약 10~15% 정도가 자율주행차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인 예측에 의하면 2040년 경에는 10대 중 5대 정도가 3단계 혹은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량이 일반차량과 혼재되어 도로를 달릴 것이다. 즉 앞으로 수십년 동안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로 바뀌기 전까지 우리는 도로교통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도로의 구조적인 문제의 보완도 포함된다. 일반차량 주행을 전제로 설계된 도로의 진출입부, 연결부, 곡선부, 교차 구간, 터널 및 교량구간, 회전 구간 등에 대한 보완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혼재된 상황에서 도로의 교통량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핵심 요소인 밀도 및 속도에 관한 보완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교통수요 관리 등 거시적인 관점의 정책도 연구 대상이다. 도로의 종류 및 구간별로 혼재된 차량들이 주행 및 교행, 앞차와의 간격유지 및 속도변화, 차로변경 등이 안전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사람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교통표지 및 정보제공, 교통관리 및 운영, 진출입 및 교차로제어 등 고도화된 시스템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차량간, 차량과 도로간 초연결성(V2X)확보 및 차량의 정밀측위가 가능한 도로정밀지도 등 디지털인프라 기반의 정보화도로를 구축하는 효율적인 방안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030년에 3단계 자율주행차량이 일반차량들과 혼재돼도 도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자율주행차량을 수용한다. 그래야 4단계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자율주행의 윤리적인 문제도 쉽게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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