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몰카`의 급습… 안전지대가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07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몰카`의 급습… 안전지대가 없다")
이 원리를 이용한 장난감이 만화경이다. 작은 구멍에 눈을 갖다 대고 돌려 보면 거울에 비친 화려한 상(像)이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창호지가 없는 서양에서는 문 열쇠 구멍(key hole)으로 안을 훔쳐 보았다. 이를 상업화한 것이 핍쇼(peep show)다. 이렇게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호색한이 피핑톰(peeping Tom)이다.
11세기 초 영국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가 주민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매기자 영주의 부인 고다이버(Lady Godiva)는 남편에게 세금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영주는 "당신이 알몸으로 성내를 한 바퀴 돈다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이에 고다이버는 실제 그렇게 하겠다고 응수했다. 자신이 알몸으로 달리는 동안 모든 주민들은 집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창문을 가려달라고 부탁했다. 주민들을 위해 영주부인이 나섰는데 누가 이를 거절하겠는가. 그러나 알몸으로 달리는 고다이버를 몰래 엿본 자가 있었는데 바로 톰(Tom)이라는 사내였다. 약속대로 세금은 내려갔지만 부인을 몰래 훔쳐본 톰은 눈이 멀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피핑톰의 유래다. 선행을 실천한 고다이버는 지금껏 초콜릿브랜드가 돼서 고급스럽고 섹시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피핑톰은 오늘날에 와서 몰카범(犯)을 기리킨다. 'Peeping Tom' face chemical castration(몰카범 화학적 거세에 직면하다) - The Korea Times, 2017. 7. 29/30
조희진 검사장은 어떤 세미나에서 몰카 범죄가 지난 7년간 1221%나 급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 만큼 그에 따라 온라인상 젠더 기반 폭력행위도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발생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 행위는 장소불문, 직업불문, 국내외 불문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서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수욕장 등에는 '드론 몰카'까지 등장했다니 온천지 안전지대가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몰카 범죄 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겠는가.
사법·행정·입법고시를 모두 합격한 엘리트 공무원이 한 건물 화장실에서 몰래 여성을 찍다가 붙잡힌 일이 있으며, 국회의원 아들인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다가 적발된 일도 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이번 학기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4대 구입해 학생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이 크게 향상되자 도처에 카메라의 눈이 타인을 훔쳐보고 있다. 이 밖에도 소형카메라는 곳곳에 몸을 숨기고 당신을 노린다. 옷 단추에 붙어 있고 키 홀더, 라이터, 볼펜, 시계에도 숨어 있고 심지어 카드형으로 된 것도 있다. 영자신문은 몰카를 concealed cameras, hidden cameras로 쓰지만 때로는 spy camera, secret camera, nanny cam(유모가 일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몰래 카메라)이라고 말한다.
몰래 카메라의 원조는 캔디드 카메라(Candid Camera)다. 1948년 앨런펀트가 프로듀서 겸 사회자를 맡아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웃음유발 리얼리티(joke reality) TV시리즈였다. 처음 미국 ABC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 NBC, CBS에서 방송됐고 우리나라에서도 MBC-TV 개국초에 한동안 방영됐다. 이후 여러 나라에 유사한 포맷이 등장했다. 특정 상황에 꾼들(prankers)을 투입해서 일반 사람들의 순진하고 당혹스런 표정을 모아서 내는 리얼리티 프로의 효시였다. 프로 말미에는 항상 이런 멘트가 나온다. "웃으세요, 몰카입니다(Smile, you're on Candid Camera)."
비행기 타면 볼 수 있는 Just for laughs gags 시리즈도 캔디드 카메라의 전형이다. 캐나다의 코미디축제에서 이름을 따온 텔레비전 프로그램인데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프로를 지금도 방송하고 있다.
물론 몰카는 몰래 카메라를 줄인 한미(韓美) 합작 조어다. "그거 몰카야? 응, 몰카야."를 영어로 옮긴다면 A prank cam? Yes, it's a prank.라고 할 수 있다. 몰카범을 성범죄자로 보고 화학적 거세(去勢)까지 해야 하나? 국회는 하루 빨리 근절책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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