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포럼] 한중 수교 25년, 중국 ICT 변화 읽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0602102251035001[1].jpg "[포럼] 한중 수교 25년, 중국 ICT 변화 읽어야")
그러한 인터뷰 가운데 나도 몰랐던 것이 있었다. 어떤 외국인은 우리나라 지하철 정류장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에 있는 자전거들이 자물쇠 없이 서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정말 그런지 다음날 출근길에 지하철 자전거 보관대를 살펴보았더니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잠그지 않은 자전거들이 있었다.
자랑스럽고 뿌듯했었다. 매년 소득이 높아지고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는 마음이 넉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자전거 거치대에 열쇠가 등장한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였다. 이것도 외국인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면서 알게 됐다. 그 다음의 전개는 모두가 아는 것으로, 자물쇠로 잠궈놓았는 데도 도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한중 수교가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일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어떤 중국인도 막 한국을 방문한 뒤였는데,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리가 깨끗한 것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의 거리는 중국보다 많이 깨끗했고, 이러한 차이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줬다. 올 여름에는 베이징을 다녀왔다. 거의 매년 한 두 번 씩 중국에 가는데, 가는 곳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주로 학생들을 인솔해 가다보니 대도시로 간다. 며칠간 학생들과 지하철과 도보로만 이동하며 베이징을 둘러본 느낌은 몇 년전에 비해 또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공유경제 바람을 타고 베이징의 도로가에는 주황색과 녹색을 비롯한 자전거가 온 도시를 삼키고 있었다. 오포와 모바이크를 양대 축으로 하는 공유자전거들이 지하철 가까운 공간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용자들은 휴대폰에 내려받은 앱을 이용해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고 가고 싶은 곳까지 가서 대어놓고 간다. 결제는 모바일로 이뤄진다. 넉넉한 인심의 상징이었던 우리나라 도시의 자전거에 자물쇠가 채워지는 사이에, 중국의 자전거는 공유경제와 접목되면서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지하철과 길거리를 다녀본 느낌 또한 과거와는 달랐다. 교통질서 의식은 우리보다 아직 늦었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거리와 지하철은 한국보다 깨끗했다. 거리가 깨끗한 것은 버리지 않는 것과 함께 청소의 노력에 의한 것일 것이다. 실제로 곳곳에 청소를 하는 인력들이 보였다. 우리의 깨끗한 거리를 부러워했던 그들이 어느 사이에 우리보다 더 깨끗한 거리를 만들고 있다.
지하철에서 나와 차도를 보면서 또 한번 놀랐다. 지나가는 자동차에서 현대 기아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던 것이 몇 년 전인데 이제는 길거리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시험삼아 몇 차례 현대 기아차가 몇 대의 차량이 지나가면 나오는지 세어보았다. 대충 20대의 차량이 지나가면 그 가운데 한 대가 현대 기아차이다. 5%의 점유율인 셈이다. 귀국하여 며칠 후부터 중국 현대차의 위기에 대한 기사들이 갑자기 쏟아졌다. 중국내에서의 점유율이 5% 밑으로 떨어지고 판매의 부진으로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다.
중국과 수교한지 올해로 꼭 25년이다. 중국의 고도성장 덕분에 상대적으로 외환위기도 쉽게 극복했고 무역수지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왔다. 그러나 이젠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경제력은 너무 빠르게 커지고 있고 사회도 성숙해 가고 있다. '장기 20세기'라는 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조반니 아리기는 10년 전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라는 책에서 21세기는 중국이 헤게모니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적폐청산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경쟁력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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