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북핵과 통상 `중첩위기` 해법 찾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0502102351607001[1].jpg "[시론] 북핵과 통상 `중첩위기` 해법 찾아라")
수소폭탄의 위력을 보여준 이번 핵실험은 한반도를 예측불허 상황으로 급속히 이동시켰다. 일본영공을 통과한 후 태평양에 떨어진 북한의 미사일에 이어 이번 핵실험은 초대형급 도발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정세불안감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불안국면은 이러한 안보불안에 그치지 않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파상적인 보호주의 무역정책 드라이브는 세계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게 우려되는 점은, 작금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으로의 회귀가 지난 세기의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나타났었던 전 세계적 차원의 무역전쟁과 물리적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다. 이와 같이 보호주의 무역정책에서 촉발되는 무역전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GATT체제를 이은 WTO체제에서는 모든 회원국이 임의로 관세를 인상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개별국가들의 무역정책이 다자주의 자유무역원칙을 이탈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트럼프행정부는 기존의 다자주의 무역질서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에 근거한 양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의 무역규범을 재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이미 체결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의 서명도 철회했으며,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과 한미FTA의 재협상도 천명하고, 그 재협상과정이 이미 시작됐다.
한편 이러한 미국의 중상주의적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정책인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회의적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즉 트럼프행정부의 통상정책의 초점이 미국 무역수지의 적자폭을 줄이거나 흑자를 초래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양산업인 저부가가가치 제조업부문에서 해고되거나 해고위협에 직면한 백인노동자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전통적인 제조업부문의 일자리유지를 위한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집착할 유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정책이 미국의 사양제조업 부문의 일자리를 회복시킬 현실적 개연성은 매우 낮지만 여전히 단기적인 정치적 지지를 노린 트럼프행정부의 보호주의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향후 더욱 거세질 보호주의적 통상압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첫째, 한미FTA재협상과 같은 개별통상협상과 함께, 전체적인 통상정책의 방향이 먼저, 우리경제의 경제정책 및 산업정책의 장기전략과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중장기 산업정책방향이 명확히 설정돼, 한국의 미래경제를 주도할 전략적 육성산업과, 그와 함께 전략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산업들에 대한 포괄적 산업정책방향이 설정된다면, 그에 따라 통상협상전략에서도 양보가능한 의제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설정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명확한 중장기 산업정책방향이 수립되지 않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통상정책 및 협상전략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민감품목에 대한 시장개방 지연전략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협상전략은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함은 과거의 경험이 말해준다.
둘째, 협상목표가 설정됐다면, 이 목표달성을 위해 협상사안별 비용과 편익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사안별 협상이 타결될 경우와 결렬될 경우의 비용과 편익에 명확한 분석이 이뤄질 때, 우리의 최적협상전략이 도출될 수 있다. 즉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우리가 잃을 것이 크지 않을 경우, 당연히 협상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 단적인 예로,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미국의 무역수지 감소폭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은 한미FTA재협상에서의 협상력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과학적 분석의 필요성은 한미FTA재협상 뿐만 아니라, 최근의 북핵위기를 둘러싼 남북한간 협상과 주변국과의 협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체제안정을 보장받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가 돼 있는 벼랑 끝의 북한체제와 자국 내에서의 정치적 지지기반 확보에 몰두하고 있는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분석한다면, 즉 각국이 북핵위기와 관련해 지불할 수 있는 최대의 비용을 정확히 분석한다면, 한반도 안정을 위한 우리의 대응전략도 연역적으로 도출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던 손자병법의 이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는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흥분하기 전에 냉철한 분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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