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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16) 생리대와 기저귀

흡수성 획기적 개선… 습기 못 느껴
권장 사용시간·위생 수칙 준수 중요 

입력: 2017-08-29 18:00
[2017년 08월 30일자 1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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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16) 생리대와 기저귀


생리대의 유해성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뒤늦게 식약처가 모든 제품의 VOC 함유 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생리대 공포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생리대의 구조는 간단하다. 방수 기능의 '외피'와 부드러운 섬유질의 '내피' 사이에 수분을 흡수해주는 '흡수체'를 넣은 것이 전부다. 외피는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 얇은 '비닐 필름'이다. 내피는 천연 펄프나 면섬유를 압착하고, 물리적인 엠보싱 처리를 한 부직포로 만든다.

흡수체로는 대부분 폴리아크릴산 소듐이나 폴리비닐알코올(PVA) 등의 '고흡수성 고분자'를 쓴다. 과거에는 작은 알갱이 형태를 썼지만, 최근에는 1990년대 미국의 ARCO가 개발한 솜털(섬유) 형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 부피의 최대 400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분을 흡수하고, 일단 흡수된 물은 수소결합으로 고분자에 단단하게 결합되어 다시 빠져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리대는 '무포름알데하이드·무형광증백제·무색소·무염소표백·무향료'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식약처가 고시한 시험 방법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포름알데하이드는 벤젠·톨루엔과 함께 VOC의 대표적인 물질이다.

식약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조사의 그런 주장을 확인해줘야 한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국제적 기준치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만약 검출 한계 이상이 검출된다면 제조사가 소비자를 속인 것이 된다. 소비자가 호소하는 부작용과 VOC와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혹시라도 제조사의 표시·광고처럼 VOC가 잔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정부와 전문가들이 다른 원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다만 스티렌-부타다이엔 공중합체를 유기용매(VOC)에 녹여서 만든 접착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 생리대 외피의 바깥 부분에 사용하는 접착제가 사용자의 피부와 접촉할 가능성은 의심하기 어렵다. 외부에 사용하는 접착제마저 불안하다면 제조사가 다른 대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유해물질의 분석 결과는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실험실이나 학술논문으로 발표된 경우에만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분석 과정에서 이해상충의 가능성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황우석 사태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어렵게 배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리대의 유해성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1980년에는 미국에서 '릴라이'(Rely)라는 탐폰을 사용한 여성들 중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는 경우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고흡수성 고분자(CMC)의 흡수성이 너무 좋은 탓에 과도하게 증식한 연쇄상구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때문에 발생한 독성쇼크증후군(TSS)이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화학물질의 독성만 의심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 생리대도 흡수성이 놀라운 수준으로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상당한 양의 수분이 흡수된 후에도 외부에서는 습기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자칫 세균 증식 등에 의한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제조사가 '권장 사용시간'을 사용자에게 분명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건소·보건연구원·질병관리본부를 총동원해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감염성 질병이 아니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의 VOC 검사만으로는 부작용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은 화려한 말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지혜도 필요하다. VOC가 걱정된다면 생리대와 기저귀를 사용하기 전에 충분히 통풍을 시키는 것이 좋다. 권장 사용시간과 위생 수칙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대용량 물티슈에는 보존제를 넣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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