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귀 퀵켓 대표
![[발언대] 스타트업, `자기만족`을 경계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8/2017082902102269043001[1].jpg "[발언대] 스타트업, `자기만족`을 경계하라")
창업 실패를 유발하는 창업가 '자기만족'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시장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에 주목하는 유형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창업 아이템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창업을 결심하고 고른 아이템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이미지 검색 서비스였다. 대학원에서 전공했을 만큼 관심이 컸던 분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과감하게 접었다. 시장을 너무 앞선 탓에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은데다, 개발 도중 비슷한 서비스가 먼저 출시돼 버려서다. 자금도 인력도 경험도 없는 스타트업이 퍼스트무버(first mover)도 아닌 팔로어(follower)의 지위에서 '고도를 기다리듯' 시장이 열리길 기다리는 것은 도박이라고 판단했다. 세상은 넓고 사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한데 말이다. 그때 내가 첫사업 아이템에 대한 자기만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국내 최대 모바일 C2C(개인간 거래) 서비스인 지금의 '번개장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은, 창업을 학창시절의 동아리 활동 경험 쯤으로 여기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의 창업자는 실패를 유익한 경험 자산으로 너무 쉽게 합리화한다. 물론, 좋은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실제 성공한 창업가들 중에는 몇 차례의 실패 경험을 가진 사람이 상당수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다른 건 '마음가짐'이다.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느슨한 생각으로 창업해서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마음가짐은 실패가 장착된 시한폭탄과도 다름없다. 지지부진한 상태로 3~4년을 버틴 것이 결코 경험자산이나 스펙이 될 수 없다. 시작하는 것 이상으로 멈추기도 어려운 것이 창업이다.
마지막은, 작은 성공에 쉽게 안주하는 유형이다. 스타트업은 고위험·고성장·고수익을 특성으로 하는 기업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외로 쉽게 투자를 받거나 수익을 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 작용하는 탓이다. 이 때 상당수의 창업가가 '회사를 이 정도 키웠으니, 이제 알아서 잘 굴러가겠지' 생각하면서 창업 후 팽팽하게 조여왔던 '긴장의 끈'을 일순간 놓아버린다. 성과에 대한 인정과 여유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도한 '자기만족'이 되면 사업은 이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성장하지 않는 회사는 이미 죽어가고 있는 회사다. 세계 굴지의 대기업조차 월 단위 사업목표를 세우고 성장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퀵켓이 팀별로 주 단위 사업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엄밀한 의미에서 '성공한 기업'이 있을 뿐이지 '성공한 스타트업'이란 없다.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말했다. '자기만족'의 유혹을 이겨내야만 '스타트업'이란 관문을 지날 수 있다. 언제까지 '스타트업(start up)'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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