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산책] 달리 보면 보이는 `미래 기술`](http://contents.dt.co.kr/images/201708/20170825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달리 보면 보이는 `미래 기술`")
저명한 미래학자인 마이클 매리엔은 4가지 미래문화에 대해서 언급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에 전문집단 간의 편견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미래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있는 미래연구자들이나 공학자들은 대체로 미래기술이 가져올 낙관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미래에 초점을 맞춰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이 기술개발의 당사자로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벌어지지 않은 불확실한 여러 부작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미래기술이 바꿀 수 있는 낙관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경영자나 창업가, 투자자의 경우도 대체로 미래기술에 대해서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지만, 이들은 그렇게 장기적인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은 사업을 영위하거나 투자를 한 이후에 해당 미래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자본의 형태로 회수가 돼야 하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3~5년 정도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매우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함께 미래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는 미래연구자들은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단기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미래의 시나리오를 생각하지만, 새로운 미래기술이 가져올 낙관적인 모습보다는 기존의 사회에 가하게 될 파급력과 부작용에 대해 더 민감하다. 이들에게 있어 새로운 미래기술은 경우에 따라서 안정화돼 있는 사회를 혼돈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을 가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정책을 만들거나 부정적인 사회적 이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미래연구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래연구자들에 비해 훨씬 장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이들은 과학과 기술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 비해 미래기술의 가능성보다는 장기적인 부작용을 경고하곤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의 미래전망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의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절한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비판적인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자들과 창업가, 투자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미래기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잘 설명하고, 사회학자 및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이 기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하지 않게 만든다.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할 것은 미래의 긍정적인 가능성은 증폭시키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다. 이것이 미래기술을 바라볼 때 지나치게 한 쪽 전문가의 의견만 맹신하기보다,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미래기술의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더욱 많이 교류하면서 자신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인지하고 자신들의 전문성에 입각해서 과거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를 내놓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엘론 머스크 등이 지나치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는 것도,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폄훼하는 것도 모두 문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발생한 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미래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보다 그런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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