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중화권(중국·대만)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올 상반기 TV용 패널 출하량을 늘린 데 반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수요 감소로 출하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권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국내 TV 제조사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현지 TV 제조사에 공급을 크게 늘리며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화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최근 패널 가격 하락 등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대만의 AUO와 이노룩스, 중국의 차이나스타 등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해 상반기 TV용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지난해 동기보다 5% 늘어난 7928만대를 출하했다. 특히 중국의 CEC판다와 차이나스타의 출하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61.3%, 22.4% 증가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 상반기 TV용 패널을 4436만대 출하해 지난해 동기보다 7% 줄었다.
이처럼 한국과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계 간 출하량 증감 차이를 불러온 것은 중국 현지 TV 제조사가 중화권 디스플레이 패널을 많이 채택했기 때문이다.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 TV 제조사에 공급을 집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TV 제조사들은 올해 출하량을 하향 조정했고, 이에 따라 패널 수요가 급감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출하량도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올 3~4분기에도 하이센스와 TCL, 스카이워스 등 중국 상위 6개 TV 제조사들은 패널 구매량을 전 분기보다 각각 17%, 14% 늘릴 전망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2%, 13%씩 줄일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TV 시장에선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해외 주요 매출처를 잃을 상황에 놓였다. 실제 LG디스플레이의 중국지역 매출 비중은 지난해 2분기 69%에서 64.6%로 4.4%포인트 하락했다.
하반기부터 떨어지고 있는 TV용 패널 가격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이달 TV용 LCD 패널 평균 가격은 192달러로 전월보다 약 4% 하락했다. 200달러를 밑돈 것은 10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안방 시장에서 삼성·LG의 TV 출하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 TV 제조사들이 현지 디스플레이 패널을 주로 사용하면서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기자 seul@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