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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15) 살충제 달걀의 위해성

성인이 600개 한꺼번에 먹어야 '부작용'
영유아 하루에 2개 정도 섭취 문제없어 

입력: 2017-08-22 18:00
[2017년 08월 23일자 1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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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15) 살충제 달걀의 위해성

살충제 달걀 파동이 나흘 만에 싱겁게 끝나 버렸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전국의 산란계 농장 1239개를 전수 조사했지만 95.7%의 달걀은 멀쩡했고,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된 달걀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인증으로 40%나 더 비싼 친환경 달걀과 2배 이상 비싼 동물복지 달걀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농식품부의 살충제와 친환경 양계장 관리도 엉망이었고, 식약처의 잔류허용기준과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의 관리도 무너졌다는 안타까운 사실만 확인됐다.

피프로닐이나 비펜트린은 애완동물의 진드기·벼룩·이를 퇴치하거나 가정에서 바퀴벌레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에톡사졸·플루페녹수론·피리다벤은 농작물에 달라붙는 해충을 제거하는 살충제다. 가금류나 인체에도 치명적인 유해물질이지만 직접 접촉·흡입·섭취하지 않으면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물론 오염된 달걀을 굳이 먹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오염된 달걀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다. 살충제 달걀을 하나라도 먹기만 하면 당장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에 대해 성인보다 훨씬 더 민감한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확인된 살충제 달걀의 오염도는 상당한 양을 섭취하더라도 위해를 걱정해야 할 수준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살충제 오염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잔류허용기준'을 조금 넘어서는 정도였고, 최악의 경우가 21배 수준이었다. 유럽에서는 무려 60배가 넘은 달걀도 확인이 되었다. 그러나 오염된 달걀 때문에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 소비자가 있다는 소식은 없었다.

만약 달걀에 남아있는 살충제가 사람에게 위험할 정도라면 그런 달걀을 낳은 닭도 온전할 수가 없다. 살충제 달걀을 낳은 닭이 멀쩡하다는 것은 살충제의 섭취·흡수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았다는 합리적인 증거가 된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 것도 살충제가 몸속에 남아있지 않고 배출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살충제의 '잔류허용기준'은 상업용으로 생산·유통되는 달걀의 '품질' 관리를 위한 것이다. 소비자가 위해성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일일허용기준'(TDI)이다.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달걀이라도 하루에 너무 많은 양을 먹어서 살충제 성분의 섭취량이 일일허용기준을 넘게 되면 걱정을 해야 한다. 반대로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제품이라도 섭취량이 충분히 적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살충제 달걀의 경우에는 영유아가 하루에 2개 정도 먹더라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공식적인 판단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무책임하게 강조하는 메스꺼움·구토·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은 섭취량이 일일허용기준보다도 100배 정도 더 큰 무독성량(NOAEL)을 넘어설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체중 60킬로그램인 성인의 경우 0.04ppm의 피프로닐이 검출된 달걀 600개를 한꺼번에 먹어야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발암성은 상당한 양의 유해물질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에 걱정되는 것이다.

가금류에 사용이 허가되지 않았다고 반드시 인체에 더 위험하다는 뜻도 아니다.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피프로닐의 잔류허용기준은 0.02ppm으로 가금류에 사용이 허가된 비펜트린의 잔류허용기준인 0.01ppm보다 2배나 더 높다. 잔류허용기준만으로 평가하면 피프로닐이 비펜트린보다 독성이 더 낮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살충제의 용도는 정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제조사가 용도에 맞는 독성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만 허가를 해준다. 제조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용도로 사용을 허가해줄 이유는 없다.

닭고기는 안심해도 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육계의 사육기간이 짧고, 밀집사육을 하지 않는다고 이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한 살충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밀집사육이 금지된 동물복지 농장에서도 살충제를 썼다. 물론 닭고기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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