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DT광장] 실체없는 `인터넷게임 중독`](http://contents.dt.co.kr/images/201708/2017082102102351102001[1].jpg "[DT광장] 실체없는 `인터넷게임 중독`")
라디오 중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라디오 기기 그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콘텐츠적 측면, 즉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연속극과 드라마를 주요 원인으로 손꼽았다. 반면 TV 중독은 텔레비전 자체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TV가 사람들의 일상을 반복하게 만들고 다른 일상에 지장을 주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이 사회적 화제로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TV 중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이라는 매체와 기기(컴퓨터) 자체가 큰 중독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라디오 중독처럼 그 콘텐츠(게임·음란물·도박)도 중독을 유도한다고 보았다. 즉, 매체별로 미디어 중독의 접근 방식이 상이했던 것이다. 이렇듯 미디어중독은 중독에 관한 개념과 기준이 애매할 뿐더러 측정하는 방법도 상이하기에 그 실체와 개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는 '인터넷 게임중독(Internet Gaming Disorder)'이라는 개념을 가리켜, 아직은 병리적인 기준으로 인정할 수 없으나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주제라고 발표했다. 미디어 중독의 입장에서, 인터넷 게임중독은 인터넷이라는 매체 중독과 게임이라는 콘텐츠 중독 두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말하자면, 그간의 미디어 중독 논란들을 모두 통합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게임중독이라는 개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인터넷 중독'과 강한 중독성을 갖는 쌍방향 콘텐츠인 '게임'을 합쳐놓음으로써,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논란들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DSM-5 보고서가 자백하고 있듯 인터넷 게임중독에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도사리고 있다. 미디어중독이 그렇듯, 여전히 개념 자체도 애매하고 측정방법도 다양해 일관된 개념으로 추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준과 정의가 상이하기에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의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임상적 보고의 경우는 중국, 한국과 같은 일부 나라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관점과 해석조차도 학자마다 상이한 실정이다. 인터넷 게임중독을 차치하더라도, 인터넷 중독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인터넷 중독을 병리적 문제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더 많은 학자들은 이것을 개인의 인지적 문제 혹은 일시적 자기통제 불능의 결과로 본다.
최근 병리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들 중에서는 중독 원인을 인터넷이나 게임 그 자체로 보기보다 유전-환경적 요인 특히, 스트레스와 사회심리적 문제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사회인지학적 견해에서 보면 미디어중독은 다양한 패턴을 지닌 하나의 현상일 뿐이며, 병리적 현상과 달리 사회환경적 요인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문제도 해소된다고 본다.
최근에는 중독이라는 관점을 넘어 게임 이용을 통한 다양한 이용 효과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이들은 인터넷 중독을 병리적 문제로 해석하는 견해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편견과 부작용을 우려한다. 요컨대, 인터넷 게임을 바라보는 연구와 견해는 매우 다양하며, 이에 대한 명확한 합의 없이 미완성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이 병리적 현상을 유도하는 독성 물질이며, 문제적 게임이용을 막기 위해선 게임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매우 극단적인 논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체와 정의가 불분명한 문제를 두고 성급히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일과 다름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효과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며, 나아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게임이용의 효과를 발굴하고 가능한 긍정적인 면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디지털 게임을 통한 문화적·산업적 질적 발전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둘러싼 세대 간의 오해와 불신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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