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월평균 3674건으로 지난해(3827건)보다 4.0% 감소했다. 반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월평균 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건당 피해 규모도 12.7%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의 경우 피해 건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건당 피해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대출빙자형이 증가하고 기존의 수수료 편취에서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해 대출금 상환을 사기범의 통장으로 유도하는 수법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의 경우 전체 보이스피싱 내 비중이 2015년 57.3%에서 2016년 30.1%, 2017년 상반기 28.7%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하는 대출빙자형의 경우 무차별적인 문자메시지 발송과 대출모집인의 전화 영업방식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그 수법이 정교·지능화되면서 비중이 2015년 42.7%, 2016년 69.9%, 2017년 상반기 71.3%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의 피해 비중이 전체 피해자의 60.7%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월평균 3497건으로 지난해보다 10.0% 감소했다.
은행 및 상호금융권은 신규 계좌 개설 심사 및 의심거래 모니터링 강화에 힘입어 월평균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지난해 대비 각각 12.7%, 13.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제2금융권 중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의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각각 7.1%, 10.9% 증가하며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수 1500만명 이상 대형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고객 수 대비 대포통장 발생 건수 0.31건으로 가장 피해가 작았다. NH농협은행은 대포통장 모니터링 요원 수가 총 8명으로 타사 평균(3~4명)보다 많고 모니터링 운영 시간도 길어 사기범들이 대포통장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KEB하나은행(0.66건), 우리은행(0.91건), 신한은행(1.21건), KB국민은행(1.25건), IBK기업은행(1.35건) 순으로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낮았다.
다만 최근에는 대포통장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사기범들이 피해금을 비트코인 거래소 계좌로 송금토록 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신종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사기를 막기 위해 인터넷뱅킹, 자동화기기(ATM) 이용 시 '예금지급 문진표' 제도를 오는 9월 중 도입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뱅킹이나 ATM을 통해 예금을 지급하는 경우 '대출 목적으로(혹은 공공기관으로부터) 이체(출금)를 요청받았습니까?' 등의 질문에 이용자가 직접 답변(예·아니오)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또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신종 사례에 대해 즉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이를 후후, 후스콜 등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신속 전파하고 필요하면 대국민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계획이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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