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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체크 바캉스`라니…줄줄 새는 국민 혈세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8-09 18:00
[2017년 08월 10일자 18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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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체크 바캉스`라니…줄줄 새는 국민 혈세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최근 세금으로 개인 빚을 탕감해 주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26일 "장기 소액연체자 중 상환이 어려운 계층에 대해 과감하게 채무 정리를 돕겠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10년 이상 연체된 1000만원 이하 채권을 정부 예산으로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전액 탕감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31일 금융위원회는 214만명에 대해 25조에 이르는 빚탕감 안을 확정했다. 취약 계층을 돕는 일은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처럼 원금 전액을 탕감해주는 일은 지금까지 유래가 없었다. 형평성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복지차원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든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력(自力)으로 빚을 갚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일 것이다.

정부는 이어 새로운 콩글리시도 하나 만들어 냈다. '체크 바캉스'다. 내년부터 한국형 체크 바캉스 제도를 만들기 위한 설계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체크 바캉스(check vacance)란 근로자, 기업, 정부가 공동부담으로 기금을 조성해 이를 재원으로 근로자가 휴가를 갈 때 교통 숙박 관광시설 이용을 할인해 주는 제도라고 한다.

1982년 프랑스는 휴가의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국내 여행경비의 일부를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국민휴가제도다(서울경제, 2017. 7 26).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휴가를 못 가는 우리 근로환경을 고려하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나, 그렇다고 정부가 근로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를 갖추고 대체 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행정지원이 정부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는 휴가 독려에 앞장 서고 있다. 대통령은 8월초 1주일 가량 양산 사저(私邸)에서 휴가를 보내는 등 연차휴가 21일을 모두 쓰겠다고 공언해 왔다.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들도 휴가일정을 잡는 등 이번 정부는 '쉼표의 경제학'에 솔선수범이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직원들이 최대 10일까지 눈치 보지 않고 여름휴가를 쓸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시달했다.

휴가의 유형도 가지가지다. 해수부 장관은 어촌으로 오라 하고 농림식품부 장관은 농촌으로 오라 한다. 농촌에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보내는 피서는 팜스테이(farm stay)고, 고즈넉한 산사(山寺)에서 풍경소리 들으며 명상에 잠기면 템플스테이(temple stay)가 된다. 스테이란 미국 유학을 간 학생이 얼마 동안 가정집에 머물면서 미국 생활을 잠시 체험케하는 제도를 홈스테이(home stay)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는 '맛캉스'라는 콩글리시도 나타났다. 중앙일보(2017. 7.28)는 "여행준비를 한다. 관광명소가 아니라 맛집 목록만 빼곡하다. 세끼뿐 아니라 주전부리, 디저트 카페, 야식까지 하루에 먹는 일정이 다섯 개가 넘는다"고 썼다. 이처럼 미식 찾아다니는 여행을 맛캉스라고 이름했다. 해피버스데이 여행도 있다. 농림식품부가 주최하는 농업·농촌 현장체험을 해피버스데이(Happy Busday)라고 부르는데 busday는 버스 타고 농촌 체험 가는 날이란 뜻이다. 콩글리시지만 그래도 애교가 있어 보인다.

지금 한강변에서는 다채로운 여름 축제가 한창이다. 카누, 고무보트, 워터슬라이드, 선베드, 푸드 페스티벌 등 80여 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다. 소위 '한강 바캉스'다. 전국 주요 호텔도 여름 패키지 상품을 팔고 있는데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긴다 하여 '호캉스'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공연 그리고 각종 전시장을 찾아다니면서 더위를 식히는 휴가는 '아트 바캉스'다. 요즘엔 줄여서 '아캉스'가 됐다. 어느 미국 회사가 삼성동 코엑스 내에 인조잔디와 대형스크린 등을 설치, 휴양지 컨셉트로 꾸며 4만명이 '실내 바캉스'를 즐겼다고 한다(중앙, 2016.7.29).

요즘 고층빌딩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건물 꼭대기에는 전망대, 식당, 산책로, 수영장, 미끄럼틀 등을 만들고 있다. 마천루에서 놀고 먹고 즐긴다 하여 '스카이케이션(skycation)'이다. 하늘에서 보내는 휴가라는 뜻이다(물론 콩글리시다).

체크 바캉스, 취지는 좋으나 혈세로 지원할 일인가? 수표책(checkbook)을 주는 것도 아닌데 체크 바캉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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